[사설]내 딸은 내가 지켜야 하는 사회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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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청소년의 집단 성폭력 사건 때문에 신문 읽기가 무섭고 민망한 일주일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가슴이 내려앉은 일부 학부모가 “내 딸은 내가 지키겠다”며 하굣길에 마중 나가기 등 자구(自救)운동에 나섰을 정도다.

이번 사건에서 충격적인 것은 집단 성폭행이 학교 안에서도 버젓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교사들이 평소 학생들의 생활을 어떻게 지도하고 관리했는지, 청소년들의 도덕과 윤리의식은 제대로 가르쳤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해 여학생들이 학교와 경찰에 선뜻 도움을 청하지 못한 것은 이들 기관이 평소 학생들의 신뢰를 받지 못했음을 뜻한다.

비단 성폭력만이 아니다. 학교폭력은 일상화됐고 가해자의 나이는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 학교 폭력배에게 빼앗길 돈을 미리 챙기는 학생들도 있다는 사실은 청소년들이 폭력에 길들면서 커 가고 있음을 말해 준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에서 일어난 학교폭력은 3122건이었다. 실제로는 수십 배 많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폭력 중에서도 성폭력은 피해자의 인격과 삶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중대 범죄다. 특히 어린 여학생에게 가해진 집단 성폭력은 정상적인 삶을 꾸리지 못할 정도의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안긴다. 그런데도 가해자들은 죄의식은커녕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피해 여학생 중에는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사건이 발생한 가평 모 중학교 교장을 그제 직위해제했다. 뒤늦게 학교에 책임을 물은 것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도 미흡하다. 교내 성폭력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에 넘쳐 나는 음란물을 보며 성장하는 세대다.

가정교육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학교에서도 윤리교육, 성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피해 여학생에 대한 치료와 학교 복귀 등 사후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되고 실행돼야 한다. 딸 가진 사람이 발 뻗고 잘 수 없다면 21세기 문명사회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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