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는 減稅 경쟁 중

  • 입력 2007년 3월 30일 2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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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율의 세금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제도를 유지해 온 스웨덴이 올해 부유세(富裕稅)를 폐지한다. 부익부(富益富)를 막아 평등을 이룬다는 취지로 1947년 부유세를 도입했지만 이 때문에 세금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간 국부(國富)가 5000억 크로나(약 67조 원)나 된다. 자국(自國) 안에 있었다면 생산에 투자돼 알토란 같은 일자리를 만들었을 자본이다.

부자에게서 세금을 많이 거둘수록 분배와 평등이 잘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세계적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의 창립자이자 스웨덴 최고 부호인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재단을 해외에 세우고 스위스에서 살기 시작한 지 오래다. 투자건, 소비건 자국 내에서 도는 돈이 줄어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큰 부자들처럼 재산을 해외로 내가지도 못하고 실업수당조차 받지 못하는 근면한 중산층과 그 아래 계층이 주로 피해를 본다.

스웨덴이 부유세를 없애기로 한 이유도 부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중산·서민층을 걱정해서다. 안데르스 보리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북돋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웨덴보다 먼저 부유세를 없앤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는 이미 그런 효과를 보고 있다.

부유세만이 아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산업체, 자본,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감세(減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11월부터 법인세를 10%로 낮출 것을 추진 중이다. 유럽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12.5%)로 ‘경제 기적’을 이룬 아일랜드를 추월하기 위해서다. 아이슬란드는 법인세를 45%에서 18%로 내린 1991년 이래 10년간 세수(稅收)가 3배로 늘었다. 독일도 현재 40%인 법인세를 내년부터 30%로 낮추기로 했다.

기업이 세금을 덜 내는 만큼 투자를 늘리면 일자리와 국민소득이 늘어난다. 이게 진정한 복지이고, 분배다. 고소득층이 국내에서 살면서 더 왕성하게 소비와 투자를 하도록 만들면 그 혜택이 더 많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노무현 정부는 2%의 부자를 때려 98%를 위하겠다며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고, 올해 세액은 작년의 3배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것은 한국판 부유세다. 문제는 정부의 선전대로 ‘98%에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금이 적정수준을 넘어서면 소비 위축, 부담 전가(轉嫁) 등의 현상이 반드시 나타난다.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중과(重課)하자 거래가 줄어 지방세 수입이 감소하는 역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정책과 사회 분위기가 반(反)부자, 반시장으로 흐르면 ‘국내에 남아 있기를 싫어하는 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 1월 한 달간 증여성 해외송금액은 7억1930만 달러(약 6760억원)였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 같은 기간의 12배다. 정부가 부자와 기업에 과도한 세금을 걷어 낭비성, 전시성 지출을 일삼는 것으로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이루겠다는 얘기는 국민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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