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임시국회 열어 놓고 집 나간 의원들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오늘로 식물 국회가 종료되길 간절히 희망합니다.”(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

“민생 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합니다.”(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

“사진 찍는 것 그만하고, 민생 국회 빨리 엽시다.”(통합신당모임 최용규 대표)

1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6개 정당 및 교섭단체 대표가 만나 3월 임시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나눈 덕담이다. 한나라당이 12일 단독 소집한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로 일주일을 보내 여론이 나빠지자 마련된 자리였다.

그 뒤로 꼭 열흘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북한 핵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여전히 국회는 조용하다.

열흘 동안 회의를 열지 않은 상임위원회가 수두룩하며 본회의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5개 정당 및 교섭단체 대표가 3월 임시국회 중 합의 처리에 노력하기로 한 사학법 재개정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원회가 28일까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으며, 회기 중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논의할 계획도 없다.

교육위 관계자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지금 사학법을 논의할 겨를이 있나”고 되물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27, 28일 연이어 전체회의가 성원 미달로 무산되는 기막힌 일까지 벌어졌다. 27일에는 문광위 회의 예정 시간에 의원 2명이 나왔고, 28일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정작 국회의원들은 엉뚱한 곳에 가 있다. 적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방 행사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두 대선 주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동행하는 의원도 늘었다.

열린우리당 의원 중 상당수는 지역구에 내려가 있거나 외유 중이다. 26일에는 지도부를 포함해 의원 20명이 단체로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해 종일 머물렀으며, 28일에도 장영달 원내대표를 포함한 의원 22명이 광주에 내려가 대통합결의대회를 했다.

그러나 양당은 국회 공전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비난하기에 바쁘다. 민노당은 28일 브리핑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집 뛰쳐나간 당사자들이 서로 빨리 국회로 돌아오라고 탓하고 있다. 각자 제 발로 걸어 들어오면 해결될 문제인데….”

장강명 정치부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