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자체가 보여 주는 ‘경쟁의 힘, 평가의 힘’

  • 입력 2007년 3월 13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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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키운 잭 웰치 전 회장이 조직 효율성을 높인 핵심 수단의 하나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이었다. 중간간부 이상을 업무 성적에 따라 등급을 매겨 상위권은 과감하게 포상하고 최하위 10%는 퇴출시킴으로써 조직 내 경쟁을 활성화했다.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게으른 공무원을 솎아 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올해 초 울산시는 근무평가가 나쁜 4명의 공무원에게 ‘징벌적 허드렛일’을 맡겼다. 울산시는 이들이 1년 후 평가에서도 구제하기 어려울 경우 ‘직무수행 능력 부족’을 들어 직권면직하기로 했다. 서울 제주 전주 성남 나주 광양 함평에서도 비슷한 인사 실험을 시작했다.

반응도 빨리 나타났다. 평시 업무시간에도 북적이던 서울시청 구내이발소와 매점이 무능·태만 공무원 명단 제출일(15일)을 앞두고 텅 비었다. 명단 제출 반대 집회를 한 공무원노조원들도 오후 1시 이전에 자리로 돌아갔다.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하니 시민과 납세자가 최종 수혜자다. 공공개혁은 다른 모든 개혁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평가 거부 집단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다. 선진국일수록 교원 평가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전교조는 “교원 평가가 교육을 황폐하게 만든다”며 연가 투쟁을 벌였다. 21세기, 세계 10위권 경제를 운위하는 나라의 교원단체가 이 모양이다. 대학도 일부 변화의 움직임이 있지만 여전히 “공무원 철밥통은 대학 철밥통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다”는 말을 듣는다. 지자체들의 노력과는 달리 중앙정부의 ‘혁신’은 말이 앞선다. 현 정부 들어 공무원이 4만8000명이나 늘었다.

물론 공무원 평가가 부하 직원 줄 세우기, 괘씸한 직원 손보기로 변질돼선 안 된다.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인사위원회가 성과·역량관리시스템을 운용해 기관장의 독단 인사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 교육 훈련으로 역량을 개발시켜야 할 ‘업무 미숙 공무원’과 퇴출 대상인 ‘무능·태만 공무원’을 잘 구분해야 한다. 낮은 평가를 받은 공무원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민간 전문가들과 경쟁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개방보직제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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