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가 남북정상회담보다 우선이다

  • 입력 2007년 3월 12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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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해찬(대통령정무특보) 전 국무총리의 방북을 전후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특사설을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와 동행한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북한과 정상회담 등 정세와 관련해 의사를 교환한 것은 상당 부분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대통령인데도 청와대가 부인으로 일관하는 것은 석연찮은 태도다.

남북정상회담이 밀실이나 비선(秘線)에서 논의되면 국민의 불신을 사기 쉽다. 이 전 총리의 방북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소상하게 밝히는 게 정도(正道)다. 북한은 이번에도 정상회담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그 부담은 4800만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런데도 국민은 굿이나 보다가 떡값이나 내라는 말인가.

청와대와 여권의 남북정상회담 ‘기획’은 지금 여권이 처한 암울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지지도는 높은 반면, 여권은 지리멸렬 상태여서 남북정상회담을 반전(反轉)의 계기로 삼고 싶을 것이다. ‘평화세력’이란 말에는 거품도 있고 함정도 많으며 대(對)국민 속임수까지 끼어 있지만 거두절미하고 이 넉 자를 앞세워 반(反)한나라 신당통합을 이루고 이슈를 선점하는 수단으로 쓰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무드를 고조시킨다 해도 ‘과거·현재·미래의 북핵’을 모두 폐기시킬 수 없다면 우리 국민은 결국 ‘평화 이벤트 비용과 북핵 공포 비용’을 고스란히 물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관계는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이 전 총리는 “동계 올림픽을 남북이 공동 개최하는 방안을 제의했고 북측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진선 강원지사는 “공동개최가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작년 11월 북측으로부터 평창 개최 지지합의서를 받았다. 이 전 총리가 방북 전에 강원도와 일절 상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혼선이 우려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이 부담할 비용에 비해 효과가 불확실한 남북정상회담보다는 협상이 막바지 단계로 접어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사에 매진하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다. 한미가 합의한 협상시한인 내달 2일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 민주노총과 농민 등의 반대도 만만찮다. 이들을 설득하면서 국내적 보완 대책을 추진하는 일만 해도 벅찬 과제다.

선거용 정략이라는 의심을 씻어 내지 못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과 달리 한미 FTA는 성사되면 노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이 모든 것을 걸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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