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고, 불지르고…멀어진 로또의 꿈

  • 입력 2007년 3월 1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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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모델하우스에서 청약 대기자들이 한데 몰려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연합
12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모델하우스에서 청약 대기자들이 한데 몰려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연합
12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모델하우스에서 청약 대기자들이 입구 앞 천막을 뜯고 입구로 돌진하고 있다. 연합
12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모델하우스에서 청약 대기자들이 입구 앞 천막을 뜯고 입구로 돌진하고 있다. 연합
12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모델하우스 주변에 청약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다. 연합
12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모델하우스 주변에 청약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다. 연합
12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모델하우스 인근 갈대밭이 불타오르고 있다. 청약접수에 불만을 가진 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 불은 발생 10여분만에 진화됐다. 연합
12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모델하우스 인근 갈대밭이 불타오르고 있다. 청약접수에 불만을 가진 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 불은 발생 10여분만에 진화됐다. 연합
"처음부터 인터넷으로 청약을 받았다면 이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코오롱건설이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짓는 오피스텔의 청약 신청을 접수한 12일 1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접수가 중단되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밀려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오롱건설은 '더 프라우' 오피스텔 16~71평 형 123채에 대한 청약 신청을 이날 오전 10시~오후 4시 반 접수할 예정이었다. 평당 분양 예정 가격이 650만 원 선으로 주변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가의 절반도 안 되는 데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20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당첨직후부터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10일부터 모델하우스 앞 공터에 텐트를 치거나 자동차를 세워둔 채 잠을 자며 기다렸던 5000여 명을 포함해 이날 오전 9시경 7000여 명이 줄을 서서 청약을 신청하기 위해 기다렸다.

한 시간 뒤 모델하우스 문이 열리며 순조롭게 청약 접수가 시작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600여 건이 접수된 오전 11시경 업무가 중단됐다.

줄을 서 있던 일부 청약 대기자들이 접수가 늦어지고, 중간에 끼어드는 사람이 많은데 불만을 품고 모델하우스에 들어가 항의하려고 하자 경호업체 직원이 이를 막아 거친 몸싸움이 시작된 것.

11시반 경 접수 중단에 격앙된 청약 대기자 2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가 모델하우스 진입을 시도하며 경호업체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줄을 서 있던 김모(49·여) 씨 등 20여 명이 넘어져 팔과 다리 등을 다쳤다.

낮 12시경 줄을 선 청약 대기자가 1만5000여 명으로 급증하자 경찰은 전의경을 투입해 모델하우스를 에워싸고 진입을 막았다.

대형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경찰은 오후 2시경 청약 대기자 대표 이모 씨 3명과 함께 코오롱건설 측과 협의한 결과 접수를 중단하고 열흘 이내에 인터넷을 통해 다시 청약을 접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며칠씩 밤을 새우며 줄을 서서 기다렸던 일부 청약 대기자는 모델하우스 앞 전시물을 부수고, 공터 앞 갈대밭에 불을 질러 소방차가 출동해 불을 끄는 등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 송도국제도시 주변 도로는 청약 신청을 위해 모델하우스를 찾았다가 허탕을 치고 귀가하려는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곳곳에서 차량 흐름이 뒤엉켜 오후 5시까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경기 부천시에서 온 김명준(40) 씨는 "접수가 시작되기 전부터 수차례 코오롱건설에 전화를 걸어 인터넷 접수를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며 "사고 발생 우려가 높은데도 이를 방관한 건설회사와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코오롱건설 관계자는 "분양 물량이 워낙 작아 1만 명이 넘는 청약 신청자들이 몰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향후 청약 일정은 언론을 통해 공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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