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잠 자며 세금 먹는’ 정부와 국회 위원회들

  • 입력 2007년 3월 9일 23시 12분


코멘트
노무현 정부 들어 크게 늘어난 각종 위원회가 정권 말기를 맞아 ‘개점휴업’ 상태다. 할 일이 없어 회의조차 열지 않는 위원회가 많다. 국무총리 산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재작년 12월 서면심의를 마지막으로 1년 3개월간 회의가 없었다. 행정자치부 소속 중앙분쟁조정위원회나 해양수산부 소속 해양환경보전자문위원회는 작년 내내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일부 위원은 차기 정권을 의식해 회의 참석을 꺼리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이 정부가 무슨 문제만 생기면 위원회부터 만든 결과, 위원회 문패는 작년 10월 말 현재 403개로 4년 전보다 39개나 늘었다. 대통령 소속은 18개에서 28개로, 국무총리 소속은 34개에서 49개로 늘어났다. 현 정권의 위원회 집착은 각 부처와 관료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위원 직함은 보은용(報恩用)으로도 쓰였다.

‘식물 위원회’지만 씀씀이는 줄곧 커졌다. 대통령 소속 위원회 예산은 2002년 540억 원에서 작년 2009억 원으로 270%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2352억 원으로 작년보다 17% 또 늘었다. 나머지 375개 위원회의 예산은 기획예산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부처는 예비비로 관련 위원회들을 지원하기까지 한다.

작년 7월 총리실은 산하 위원회 중 20개 정도를 유관 부처로 옮기거나 폐지하고 각종 태스크포스와 기획단도 단계적으로 없애겠다고 발표했지만 8개월째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설립 목적을 다한 위원회는 자동 소멸시키는 일몰제(日沒制)라도 지켰더라면 예산 낭비와 업무 중복 등의 폐해를 조금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를 감시할 국회도 위원회에 관한 한 할 말이 없다. 현재 가동 중인 9개 특별위원회가 이렇다할 활동 없이 위원회별로 매달 710만 원의 활동비를 꼬박꼬박 타 가고 있다. 한 특위는 지난 8개월간 회의를 두 번밖에 열지 않았다. 놀면서 세금 쓰는 이런 위원회들부터 없애는 것이 ‘혁신’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