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숫자 놀음에 유능한 정부

  • 입력 2007년 3월 1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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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통계와 자체 평가를 들이대며 ‘업적’을 자화자찬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공동위원장 한명숙·정용덕)가 중앙행정기관 평가를 통해 경제 분야에 92.3점을 준 것은 압권이다. 자영업에 실패해 단순노무자가 된 국민이 작년에만 4만8000명에 이르는 사실을 비롯해 중산층 붕괴와 빈곤층 확대가 멈추지 않는 마당이다. 이러니 ‘100점이 아니라 1000점 만점’이겠지 하는 비아냥거림이 국민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의 본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삶의 질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응답은 5.2%였다. 조사 대상자의 67.4%는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 상황을 보는 정부와 국민의 인식차가 너무 크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청와대브리핑은 최근 ‘각 분야 성적표 나쁘지 않았다-통계로 본 참여정부 4년’이라는 보고서를 띄웠다. 수출 외환보유액 주가지수 등을 자랑한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서민을 울린 부동산 값 폭등을 비롯한 어두운 민생통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유리한 통계는 강조하고 불리한 통계는 알고도 누락시켰다면 전체 실상을 왜곡했다는 점에서 ‘통계 조작’에 가깝다.

현 정부 들어 각 부처가 발표한 일자리 창출 목표를 모두 합하면 227만 개나 된다. 올해부터 2010년까지 매년 40만∼50만 개를 새로 만드는 것으로 돼 있다. 이 정도 일자리를 만들려면 연간 성장률이 7∼8%는 돼야 한다. 한나라당의 일부 대선 주자가 7% 성장을 공약하자 대통령비서실장부터 비웃기에 바빴다. 그러면서 각 부처는 이런 일자리 창출 목표를 내놓으니, 앞뒤가 안 맞는 숫자놀음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를 반영한 경제정책이라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계획 입안 단계에서부터 현실성 없는 목표를 잡아 놓고 숫자 꿰맞추기나 해서는 제대로 된 경제성적을 낼 수 없다. 대다수 국민은 이미 이를 꿰뚫어보고 있는데 정부는 언제까지 자화자찬이나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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