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K-1 중계권료 7억서 150억으로?

  • 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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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미디어의 계열사인) tvN 쪽이 K-1 국내 중계권을 얻기 위해 300억 원 넘게 질렀다고 하던데요.” “MBC-ESPN은 지난번 계약금에 비해 3∼4배 올려 25억 원 정도 생각했다는데….”

요즘 케이블 업계에서 오가는 으뜸 화제는 일본에서 열리는 이종격투기 K-1 대회의 국내 중계권 계약에 대한 것이다.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유력 계약 상대인 tvN이 제안한 금액에 혀를 내두르고 있는 것이다.

tvN은 종합오락채널을 표방하며 지난해 10월 개국했다. 케이블 업계에 따르면 tvN이 K-1 주관단체인 일본 FEG에 제출한 제안서에는 3년간 중계권료 150억 원, K-1 국내대회 유치권 등 60억 원, 앞으로 설립될 ‘FEG코리아’에 대한 투자금 100억 원 등 31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tvN이 이만한 금액을 내겠다는 것은 K-1이 케이블 업계에서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킬러 콘텐츠’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CJ미디어와 경쟁관계인 온미디어도 K-1과 유사한 이종격투기 ‘프라이드’의 중계권을 올해부터 5년간 118억 원에 계약한 바 있다.

이번 논란의 초점은 중계권료의 규모. 2004∼2006년 K-1대회의 경우 MBC-ESPN이 7억여 원에 중계했는데 이번에는 중계권료만 150억 원으로 20배 이상 뛴 셈이다. 이 대회가 한 해 10회 정도만 열린다는 사실에 비하면 회당 중계권료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이처럼 중계권료가 치솟은 이유는 국내 업체들의 과당 경쟁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K-1 중계권을 둘러싸고 당초 SBS스포츠, MBC-ESPN, tvN 등 여러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당 경쟁이 벌어지면서 수익성 외의 변수가 작용하는 무리수가 빚어지는 것 같다”며 “게다가 일본 FEG 측이 에이전트를 통해 슬며시 각 방송사들의 제안 내용을 흘리는 등 경쟁을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스포츠 중계권료가 국내 방송사의 과당 경쟁으로 인해 급등하는 것은 방송가의 고질병이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들이 메이저리그 등의 중계권을 놓고 다툼을 벌인 끝에 “해외 스포츠 시장의 봉”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케이블 업계마저 ‘값비싼’ 교훈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윤종 문화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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