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설에 본 냉랭한 지방 景氣

  • 입력 2007년 2월 19일 2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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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귀향했던 사람들은 썰렁한 경기를 실감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 박병석(대전 서갑) 의원은 “가는 곳마다 경기가 나쁘다는 얘기뿐”이라고 전했다. ‘누구를 원망하던 단계를 지나 체념하는 분위기’라는 전언도 있었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모여 있는 인천 남동공단에선 상당수의 영세기업이 하루 가동시간을 종전 10시간에서 최근 3, 4시간으로 줄여 개점휴업 상태라고 한다. 울산에선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여파로 조업을 일시 중단했던 많은 2, 3차 협력업체가 임금을 체불하고 말았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그나마 작년 9월까지 연간 11∼13%를 유지하던 지방 제조업체의 생산 증가율이 10∼12월엔 5.2%로 급격히 둔화됐다. 경기, 경남북, 울산, 충남이 특히 안 좋았다. 지방 제조업 업황 실사(實査)지수는 지난해 연평균 83으로 기준치 100을 훨씬 밑돌았는데 올 1월엔 77로 더 나빠졌다. 소비 신장세나 설비투자 증가율도 둔화 커브를 그렸다. 건설수주는 그런대로 활발해도 대형 업체 위주여서 지방 중소업체들의 체감경기는 한겨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을 열심히 해서 지방경제가 좀 살도록 마지막 날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건설공사가 벌어지도록 하겠다는 뜻인지 몰라도 정작 지방에선 “균형발전 정책으로 지방 신도시에 아파트만 들어서는 바람에 지역경제가 몸살을 앓는다”고 하소연한다.

앞뒤 안 맞는 부동산정책 탓에 지방 부동산 경기는 얼어붙었다. 부산 해운대 일대에선 아파트 공급은 늘었지만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중개업소의 70%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광주에도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다. 천안 아산 등지도 주택 공급이 과잉이어서 이미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데다 추가공급 계획까지 잇따라 추진돼 후유증이 우려된다. 대조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청와대가 정책 실패를 인정했듯이 공급 부족 탓에 집값이 급등했다.

정부가 국민 세금을 퍼부어 가며 별별 지역 활성화정책을 쏟아 냈어도 성공 사례는 거의 없고 부작용만 크다. ‘지방을 기업 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말고는 지방경제를 살릴 왕도(王道)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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