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7채 ‘집 부자’를 1순위 당첨시킨 청약관리

  • 입력 2007년 2월 11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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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집을 7채나 가지고 있는 A 씨는 2005년 수도권에서 또다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지만 A 씨는 버젓이 1순위로 당첨됐다.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아파트 불법 당첨 사례들은 주택 공급이 설마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서민에게 허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장애인인 B 씨는 장애인 특별공급제도를 악용해 2001∼2005년 71차례 주민등록을 옮겨 위장 전입하고 19차례 분양을 받았다. 과거 5년 안에 당첨된 적이 있는 사람은 1순위 청약이 제한되지만 서울의 투기과열지구에서 당첨된 사람도 여럿 있다. 미계약 아파트를 공무원 또는 분양업체 간부가 가로채는 특혜성 불법도 만연했다. 모두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분양이 이뤄졌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놀랍게도 전체 물량의 5분의 4가 당첨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전산 검색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분양됐다. 분양업자는 건설교통부와 금융결제원에 주택 보유 및 당첨 여부를 검색 의뢰해 무자격자를 가려내야 하는데도 절차의 복잡성을 핑계로 의무를 회피했다. 또 시군구 공무원들이 건설업자 감독을 소홀히 했다.

대다수 국민에게 청약·분양제도는 내 집 마련의 가장 중요한 통로다. 이것이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으면 공동체에 대한 배신감으로 이어진다. 법규를 지킨 선량한 국민만 바보로 만들었으니, 청약 관리를 이 지경으로 한 건교부는 이들의 상실감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정부 정책 중에서 가장 복잡한 것이 대학 입시와 아파트 분양제도다. 그만큼 다수가 관련돼 있고 이해관계가 크기 때문이다. 제도는 세세하게 규정해 놓았지만 건설업자에게 분양을 맡기고 방치한 데서 이런 일이 빚어졌다. 주택 전산망과 금융결제원의 당첨자 관리 전산망 사이에 연계 체제도 구축하지 않았다. 이런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니 번번이 펑크가 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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