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분도 實利도 없는 집단 휴진

  • 입력 2007년 2월 5일 2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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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집단 휴진이란 극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의 진료권을 훼손한 개악(改惡)”이라며 서울과 인천지역 의사들이 오늘부터 집단 휴진에 들어가고,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은 의약분업 때의 대혼란이 떠올라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

의사들은 개정안에서 ‘투약(投藥)’을 의료 행위로 명시하고 ‘간호진단’의 개념을 빼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사를 놓는 것을 비롯한 ‘투약’은 의사들의 진료 행위이긴 하지만 따로 명시할 만큼 중요하지도 않고, 약사들의 반발만 부를 우려가 크다. ‘간호진단’은 의료 현장에서 확대되고 있는 간호사의 역할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에 불과하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간호사 및 약사와의 불필요한 업권(業權) 다툼으로 비칠 뿐이다.

개정안에는 많은 국민이 요구해 온 의사면허 갱신에 관한 사항이 빠져 있다. 오히려 양·한방 협진 및 공동 개원, 프리랜서 의사제 도입, 의사면허 정지 대상 범위 축소 등 의료계에 유리한 내용이 들어갔다. 그런 부분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실익(實益)도 없는 일부 조항에 반발해 개정안 전체를 팽개치려는 태도는 억지에 가깝다.

더욱이 의협은 그간 의료법 개정 과정에 줄곧 참여해 의견을 밝힐 기회를 가졌으면서도 막판에 와서 다른 단체들과의 합의 내용을 뒤엎고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의협 안의 헤게모니 다툼에 국민을 끌어들인다는 시각마저 있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주장을 위해 환자를 볼모로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의료시장에서도 환자들은 단순한 의료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해 의료 공급자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구태의연하게 자신들의 밥그릇만 지키려 하는 의협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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