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훈]국립자연박물관 건립 공약 지켜야

  • 입력 2007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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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국립자연박물관을 꼭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야 퇴임 교수들이 일할 자리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부연 설명까지 했다. 국립자연박물관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그 정도인가 하고 실망했으나 기대를 버릴 수 없었다. 정부는 이미 10여 년 전 주한미군 용산기지에 국립자연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대통령 임기가 다 되도록 문화관광부는 매년 예산을 국회에 올리기는 하나 최종 예결위원회에서 삭제된다는 통보만 되풀이할 뿐 사업을 추진할 적극적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문화관광부는 박물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엉뚱하게도 동굴 연구단체에 의뢰해 비난을 받았다.

국립자연박물관은 자연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 보존, 연구하고 이들의 의미를 과거 현재 미래에 접목해 국민에게 정체성을 확인시키고 문화적 감각과 비전을 갖게 하는 자연문화의 사회교육기관이다. 경제규모 세계 11위를 자랑하면서 국립자연박물관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문화적으로 볼 때 ‘빛 좋은 개살구’ 격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선진국은 물론 몽골과 태국 같은 국가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도 각국의 개성과 정체성은 남는다. 한반도의 자연에 대한 연구와 보전 없이는 국민의 문화적 정체성과 국제적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 미국의 국립자연박물관은 매년 1000만 명에 육박하는 관람객이 찾는다. 파리와 런던의 국립자연박물관에도 매일 1만 명 가까운 방문객이 이어진다. 다른 나라에 비해 독특한 자연을 가진 한국은 문화적 정체성과 관광자원으로서의 ‘노다지’를 잠재우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44개 단체가 힘을 모아 성명서를 내고 청와대에 청원했으나 허사였다.

문화는 자연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화가 반 고흐는 자연 사랑이 예술을 진정 이해할 수 있는 길이며 화가란 평범한 사람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임기 1년을 남겨 놓은 이 시점에 결단을 내리고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 국민적 숙원인 국립자연박물관 건립을 지체 없이 실현하기 바란다.

이병훈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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