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원장 ‘세금 탈루’ 누구 탓인가

  • 입력 2007년 1월 4일 2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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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성공보수금으로 받은 5000만 원의 소득 신고를 빠뜨렸다가 의혹이 제기되자 누락분 세금 2717만 원을 그제 뒤늦게 냈다. 이 대법원장은 “세무사 사무실 직원의 단순 실수일 뿐 고의는 아니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지난해 다른 사건의 수임료 탈루 의혹을 받았을 때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대법원장 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던 그의 발언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는 3부 요인, 그중에서도 도덕성을 생명같이 여기고 준법을 솔선해야 할 사법부의 수장(首長)이다. 조그마한 흠결도 개인 차원에 그치지 않고 사법부 전체의 권위와 신뢰성 논란으로 직결된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책임을 실무자인 세무사 사무실 직원의 단순 실수로 돌리고, ‘유감’ 표명 선에서 사태를 대충 마무리 지으려 한 것은 부적절하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소득 관련 자료를 제대로 챙겨 줬는데도 이런 결과가 빚어졌는지 의문이다. ‘10원이라도 탈세’ 발언에 대해 그는 ‘당시 내가 두세 번 확인한 사실이어서’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철저히 확인해 봤을 법한데 5000만 원이나 누락됐다니, 의혹을 살 만하다.

그는 평소 ‘나라의 오너(owner)는 국민’이라고 말해 왔다. 지금 나라의 오너들은 그의 세금 탈루를 어떻게 생각할까. ‘권력층의 뻔한 세금 속이기’ 정도로 보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고위 공직자들은 불리한 사건이 터졌다 하면 일단 ‘남 탓’으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상경 전 헌법재판관은 건물임대소득 탈루에 대해 ‘아내와 세무사’를, 정연주 KBS 사장은 아파트 매입과정의 세액 탈루에 대해 ‘법무사’를, 이재용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건물임대소득 탈루에 대해 ‘장모’를 탓하거나 팔았다. 이 대법원장이 끝까지 ‘남 탓’을 한 공직자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다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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