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정성희]새해의 행복학

  • 입력 2006년 12월 31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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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이 밝았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일지라도 오늘만큼은 새로운 다짐이 빠질 수 없다. 원하는 대학 합격이나 금연 또는 다이어트 성공까지 신년 소망이야 각양각색이지만 궁극적 목표는 행복일 것이다. 2007년은 대통령선거가 있는 정치의 해이지만 학계와 문화계는 올해의 화두로 ‘행복’을 들고 나오고 있다.

행복학 열풍은 행복에 관한 수십 권의 책이 발간된 지난해부터 감지되었다. 왜 ‘행복’일까? 어떤 이들은 한국의 정치 안보 등 외부 정세가 불안하다 보니 관심을 내면으로 돌리게 된 것을 원인으로 든다. 경제학자들은 좀 다른 진단을 내놓는다. 소득에 비례해 행복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한국에서도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2005년 6명의 학자가 영국의 작은 도시 슬라우 주민을 대상으로 행복에 관한 실험을 했다. BBC는 그 결과를 다큐멘터리로 제작 방영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연소득 1만 파운드를 넘을 경우 돈은 개인의 행복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는 다른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1만 달러 이상의 연소득은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극적으로 감축시킨다고 한다.

학자들은 돈보다 더욱 분명하고 지속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를 찾아냈다. 바로 친구, 가족, 건강 등이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소홀히 다루는 대표적 요소다. BBC팀이 발견한 또 한 가지 점은 ‘비교(比較)가 행복과 불행을 가른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딴 선수는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데 은메달을 딴 선수는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다. 미국에서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행복지수를 조사했더니 물론 금메달리스트가 가장 높았다. 다음은 동메달리스트였고 은메달리스트가 더 낮았다. 왜 그럴까? 비교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이 비교 대상이고 동메달리스트는 메달권에 들지 못한 4위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현실적 희망이나 비교 때문에 불행할 때가 많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한국인 정서도 그런 것에 속한다. 2등은 ‘1등이 아니어서’ 불행하다.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된 사람들은 “집 팔아 세금 내란 말이냐”며 억울해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종부세를 낼 집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불행해 한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나 삶의 만족도는 경제 규모와 소득 수준에 비해 유독 낮다.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최근 발표한 행복지수 순위를 보면 한국은 세계 178개국 가운데 102위를 기록했다. 세계 10개국을 대상으로 한 AP통신과 시장조사기관 입소스의 스트레스 조사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들이 밝혀낸 ‘행복의 비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가 달성됐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돈 많이 벌기’가 목표였던 사람이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이들의 메시지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에 현혹되지 말며 현재를 즐기라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은 많은 어려운 일을 겪었지만 이미 스쳐 간 바람은 춥지 않다. 2007년 정해년(丁亥年)에는 국민 모두가 매 순간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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