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희상]대한민국 군인이 자랑스럽다

  • 입력 2006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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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은 1970년 ‘특수 연구단’을 이스라엘에 파견해 현대전의 기적을 이뤄 낸 배경을 살펴보게 했다. ‘이스라엘에서는 군 복무가 의무라기보다는 자랑스러운 권리’라는 것이 핵심적 결론이었다. 고대 로마도 군 복무가 자랑스러운 로마 시민의 권리일 때 욱일승천 팽창하다가, 의무로 바뀌면서 정체되고 용병을 고용하면서 패망의 길로 접어든다.

군 복무에 대한 국민의 적극적인 열의는 성공적 국가안보의 절대적 전제요건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모든 나라는 이를 보호하고 고양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국방의 대의(大義)를 ‘국방의 임무는 당연하고 자랑스러운 국민 된 도리요 권리’라는 논리로 설명했다. 군인의 군사적 희생과 공로는 물론 군의 일상적 임무 수행까지 화려한 명예로 예우하고 국민적 사랑과 신뢰로 격려함을 기본으로 삼았다.

당연한 일이다. 국방의 임무를 경멸하는 한 안전보장은 기대조차 할 수가 없다. 그런 나라가 있다면 이미 국가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던 북한이 핵으로 겁을 주고, 주변이 모두 세계적 강국에 둘러싸인 채 상시적 안보위협하에서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더 말할 여지가 없다.

군 복무는 더할 수 없는 자기완성의 기회다. 전장(戰場)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돕고 서로를 위해 헌신하지 않으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래서 부유했건 가난했건, 사회적 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젊은이가 목숨을 주고받는 전우(戰友)가 된다. 이때 여울의 돌처럼 서로 부대끼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인품이 정제되고 특히 다중을 위한 헌신과 봉사가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길이 된다는 소중한 깨우침을 얻는다.

무엇보다 아침저녁 애국가를 부르고 조국의 안위를 생각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국가에 대한 참사랑을 키운다. 이렇게 해서 아무개의 아들과 동생으로 존재하던 개인 개인이 한 사람의 성숙한 사회인이자 지도적 국민으로 재탄생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전투 못지않게 중요한 군의 기능이요, 군 복무의 부수적 효과라 할 수 있다. 어느 나라 군대이건 정도와 효율성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일정 부분 이런 기능을 수행한다. 건국 초기 이스라엘은 출신 지역과 나라에 따라 말과 관습은 물론 피부 빛깔이 서로 다른 다양한 유대인을 군 복무를 통해 하나 된 이스라엘 국민으로 묶어 냈다.

한국군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일을 한다. 요즘 군에 입대하는 적지 않은 젊은이가 우리를 위해 많은 피를 흘린 오랜 동맹은 적대시하면서, 인민을 핍박해서 핵이나 만들어 우리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기막힌 인식이 입대 후에 서서히 바뀌고 전역할 때쯤 되면 미망에서 벗어난다고 하니, 오늘 우리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군 복무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개인으로서도 그렇다. 젊은이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성공적 삶을 영위하는 데 군에서의 경험이 더없이 소중하다. 군 생활을 성공적으로 영위한 사람이 사회에서도 성공한다는 얘기가 많다. ‘(군에서) 푹 썩고 나왔다’는 말도 흔히 듣지만 대개는 공공을 위한 개인적 희생과 통제된 삶의 은유적 과시이지 정말로 무의미했다는 회한은 드물다.

국민 개개인으로서도 더없이 소중한 기회요, 나라는 정성을 다해 그 가치를 보살펴야 할 대상임을 알게 하는 것이 군 복무이다. 함부로 폄훼하고 경멸하려 들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어질 것이다.

김희상 전 대통령국방보좌관 예비역 육군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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