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제 저런 교육]꿈을 버는 ‘리틀 CEO’

  • 입력 2006년 12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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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서울 중구 신당동 ‘중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된 ‘꿈을 여는 교실’ 수업 장면. 이 수업에 참가한 초등학생 16명은 직접 회사를 만들고 상품을 팔아 돈을 버는 경제 체험을 했다. 홍진환  기자
이달 중순 서울 중구 신당동 ‘중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된 ‘꿈을 여는 교실’ 수업 장면. 이 수업에 참가한 초등학생 16명은 직접 회사를 만들고 상품을 팔아 돈을 버는 경제 체험을 했다. 홍진환 기자
《이달 중순 땅거미가 어둑어둑 내리기 시작한 오후 6시 무렵. 초등학교 6학년생 16명이 서울 중구 신당동 ‘중구 청소년수련관’으로 하나 둘 모였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수련관에서 준비한 저녁을 먹고 ‘방과 후 활동’인 ‘꿈을 여는 교실’에 참가했다. 대부분은 집에 돌아가도 보살펴줄 어른이 없다. 이날 꿈을 여는 교실에선 삼성증권과 비영리재단 ‘아이들과 미래’가 소외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8주 동안 진행한 ‘나도 미래의 사장님’ 마지막 수업이 열렸다. 아이들이 직접 회사를 세우고, 물건을 팔면서 경제를 체험하는 수업이었다. 경제교육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꿈(세상)을 심어 주고 있었다.》

○ 회사를 만들어 운영해 보니…

“선생님, 팔찌 가격을 얼마로 할까요?”(경찬)

“총재료값 4만5000원에다 너희들 인건비를 더해서 결정해야지.”(선생님)

“그럼 우리가 5명이니까 1인당 1만 원씩, 5만 원을 더하면 어떨까?”(경찬)

“겨우 1만 원이야?”(지원)

두 달 전 첫 수업에서 전체 세 개 팀 중 한 팀이 된 지원(여), 은혜(〃), 민선(〃), 경찬, 청신 등 다섯 명은 어떤 회사를 만들지 고민하다가 구슬로 된 팔찌 제조사인 ‘약수 비즈’를 세우기로 했다.

그 다음 수업에서 아이들은 회사 운영에 필요한 기초자금(자본금)을 ‘주가 맞히기 게임’에서 번 투자이익 18만 원으로 장만했다. 주식(지분)도 투자액에 따라 나눠 가졌다.

이제 마지막 수업. 각자 집에서 만들어 온 16개 팔찌를 잘 팔 수 있는 방법을 배운 뒤 직접 팔아 보기로 했다.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살 사람들이 모르면 소용이 없죠? 회사는 상품을 알리기 위해 어떻게 하나요?”(선생님)

“광고요!”(민선)

“신문에 전단지도 뿌려요.”(은혜)

“맞아요. 홍보, 광고, 전단지, 할인행사…. 모두가 회사를 알리고 상품도 많이 팔려는 회사의 노력이에요. 오늘은 각 팀이 상품이 잘 팔릴 수 있게 전단지를 만들어 봐요.”(선생님)

‘약수 비즈’의 팀원은 흰 도화지를 앞에 놓고 고민에 빠졌다.

판매담당 청신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건강을 주는 팔찌’라고 하면 어떨까?”

그러자 홍보담당 민선이가 단호하게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 안 돼.”

“약간의 과장은 괜찮지 않을까….”(청신)

양측의 ‘공방’에 잠깐 어색한 침묵. 곧 사장인 지원이가 수습에 나섰다.

“아무래도 ‘패션의 마무리는 우리가 책임집니다’가 좋겠어.”

청신이도 포기한 듯 “그럼, ‘2개를 사면 10% 할인!’이라고도 써넣자”고 제안하자 이번엔 모두가 “좋아!”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약수 비즈’가 수련관 복도에 마련된 간이매장에서 선생님과 다른 수업을 듣는 친구들에게 판 수익금은 25만6000원. 비록 종이로 만든 가짜 돈이었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 꿈을 여는 경제 교육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었던 솔이(여)는 경제 교육을 받으면서 작은 가게를 꾸려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됐다.

“직접 물건을 만들어 보니까 뭔가를 만들어서 제값 받고 파는 게 너무 재밌어요.”(솔)

경찬이는 “학교에서도 사회시간에 회사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며 “회사를 직접 세우고 물건을 만들어 팔면서 확실히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지원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전단지를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봤다”며 “그때는 돈 버는 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즐거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달았다”고 했다.

수업을 진행한 삼성증권 이동주 과장은 “경제 교육을 통해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회사 사장이 되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고 언젠가는 자신도 그런 자리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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