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 에세이]당신의 능력 보여 주세요…점수 빼고요

  • 입력 2006년 11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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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인사 담당자의 가장 큰 과제다. 매년 이맘때면 기업 인사팀은 신입사원 공채전형으로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SK㈜도 4일에 걸친 면접 전형을 최근 마무리했다. 면접을 하다 보면 해를 거듭할수록 입사 지원자들의 기본적인 자질과 역량이 우수해지는 것을 느낀다.

‘대학 학점 평균 A’ ‘TOEIC 점수 900점 이상’ 등 가시적인 수치로 표현되는 부분은 물론이고 어학연수 및 각종 수상 경력, 동아리 활동, 인턴 활동 등 이력이 화려하다. 면접관들끼리 “요즘 젊은이들과 경쟁했다면 입사하기 힘들었겠다”라는 우스개를 주고받기도 한다.

다만 이렇게 훌륭한 인재들에게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학창시절에 너무 수치로 나타나는 역량을 기르는 데만 치중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학점이나 외국어 성적이 낮은 것보다야 높은 것이 좋겠지만 꼭 이런 점만을 회사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다양한 사람이 모여 상호작용하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곳이다. ‘비슷한’ 자질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는 창의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몇 년 전의 한 지원자가 생각난다. 학점은 면접 대상자 중 가장 낮았고 영어 성적도 겨우 커트라인을 넘는 수준이었다.

이 지원자는 자신의 낮은 학점에 대해 “입학 초기에는 첫사랑에 빠져,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는 리더 역할을 하느라, 벤처 붐이 한창인 시절에는 실제로 회사를 차려 운영해 보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고 당당하게 설명했다.

이력서의 ‘숫자’는 평균에 못 미칠는지 모르지만 그의 이런 패기를 높이 평가해 합격을 결정했다. 그는 지금 스스로도 만족하고 남들에게도 인정받는 성공적인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인사 담당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서 SK㈜의 인재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경영 환경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글로벌 생존경쟁을 펼쳐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판에 박힌 모범생보다는 창의력과 모험심을 갖추고 세계시장을 누빌 수 있는 패기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입사 지원자들이 숫자로 나타나는 이력 못지않게 다양한 경험을 통한 자기 계발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차화엽 SK㈜ 인력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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