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호사회 여의도支部 의원들

  • 입력 2006년 11월 22일 2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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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가 25개 법안을 국회에 보냈으나 이 중 19개 법안은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이 법안들은 법원 검찰 변호사회 법학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가 참여한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에서 1년 2개월 동안 논의됐고, 사개추로 넘어와 2년 가까이 다듬어졌다. 그런데도 국회 법사위에 포진한 변호사 겸직 의원들의 직역(職域)이기주의에 밀려 실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국회는 법무부가 초안을 작성한 ‘외국법 자문사법(諮問士法)’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초안에 따르면 외국에서 자격을 획득한 변호사를 ‘외국법 자문사’라고 불러야 한다. 이런 식이라면 외국에서 자격을 딴 의사는 ‘외국질병 자문사’라고 호칭해야 할 판이다. 어려운 사법시험을 통과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이런 코미디를 벌인다.

이 법안은 또 외국 변호사의 경우 국내 법무법인이나 변호사와 동업 제휴 합작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이런 폐쇄적인 법률을 만들어 세계적 로펌과 어떻게 경쟁하겠다는 것인가. 국제사회의 법적 분쟁에서 미국법이 ‘리걸 스탠더드(법적 표준)’가 돼 가고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 중인데 미국 변호사의 진입을 원천봉쇄하려 하니 시대 역행이 아니고 무엇인가.

국회 법사위에 묶여 있는 법률에는 전관예우(前官禮遇)를 방지하기 위한 변호사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됐으나 변호사 수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변호사 겸직 의원들이 강력히 저지해 입법이 되지 않고 있다. 로스쿨법이 올해 제정될 것으로 보고 강의실 마련과 교수 초빙에 2000억 원대를 투자한 대학들만 골병들게 됐다.

법사위 소속 의원 16명 중 10명이 변호사다. 모든 법은 법사위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이 뭉쳐서 반대하면 어떤 법률도 통과될 수 없다. ‘변호사회 여의도지부(支部)’ 소속처럼 보이는 이들은 국민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변호사들의 ‘금밥통’ ‘은밥통’ 지키기에 매달릴 뿐, 국민의 대표로서 입법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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