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구]부패인식지수 추락은 큰 의미 없다?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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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인 국가청렴위원회는 6일 ‘국제투명성기구의 2006년도 부패지수 분석’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부패 감시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가 이날 오전 발표한 ‘2006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10점 만점)’에서 한국이 지난해 5.0점에서 5.1점으로 0.1점 올랐지만 국가별 순위는 40위에서 42위로 두 계단 떨어진 것을 해명한 것이다.

부패인식지수와 순위가 높을수록 깨끗한 국가라는 뜻이다. 청렴위는 순위 하락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것을 우려해 “전년도와의 비교는 국가 순위가 아닌 점수에 따라야 한다고 국제투명성기구가 강조했다”며 “부탄, 마카오 등 4개국이 평가에 포함돼 순위에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주관적인 설문조사가 평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 5등 안팎의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들여다보면 정작 순위에 연연해하는 것은 바로 청렴위다.

청렴위는 “한국은 9개의 자료를 활용한 대신 새로 편입된 마카오(26위), 부탄(32위)은 3개 자료만 활용했으며 부탄의 경우 이 가운데 1개 자료의 성적이 매우 높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탄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데 대한 부러움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3개 자료만 활용했다’ ‘개발도상국이라 그렇다’ 등 부탄을 깎아내리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부탄은 세계은행이 76개 개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부패 순위에서도 3위에 오른 나라다.

청렴위가 보도자료에서 ‘아시아 청렴도 상위권 국가 중 개선도 순위 두 번째. 싱가포르와 홍콩, 대만은 지난해와 동일’이라고 한 것도 순위에 신경을 쓴 표현 아닌가.

올해 5위를 차지한 싱가포르의 부패인식지수는 9.4점으로 1위인 핀란드(9.6점)와 불과 0.2점 차이다. 개선도가 싱가포르보다 낫다고 하는 것은 50점을 맞다 51점을 얻은 학생이 계속 94점을 맞는 학생에게 ‘너는 점수가 안 올랐지만 나는 1점 올랐다’고 자랑하는 것과 다름없다.

청렴위는 순위에 대해 여러 변명을 늘어놓기보다 부탄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개도국이 그럴 수 있었는지를 파악해 부패를 줄이는 게 순서일 것 같다.

이진구 정치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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