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反기업 방송’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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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외국에서 만난 인도 기자가 “한국 경제는 보통 발전한 것이 아니라 로켓처럼 치솟았다. 당신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그 과정을 모두 지켜봤을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필자는 그에게 어떤 말을 해야 실감이 날지 고민하다가 자동차 이야기를 했다. “1960년대 초반 시골 초등학교에 승용차가 한 대 나타나면 학생들이 구경하려고 몰려 나갔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 됐다.”

▷19세기 말 코리아를 찾았던 서양인들은 ‘주민이 장터에서 물물교환 거래를 하고, 공산품의 대량 유통이 없다’고 후진적 상공업 실태를 기록했다. 상공업이 낙후했던 것은 국가사회가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유교적 질서에 입각해 반기업 반시장적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낙후한 ‘은둔의 나라’ 한국이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되기까지 기업과 기업가의 선도적 역할이 컸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기업과 부(富)에 대한 편견이 사회주의국가인 중국보다 심하다는 조사가 나오니 아이러니다. 유별난 평등의식 때문일까.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공동 연구한 ‘방송 뉴스의 시장경제관 분석’에 따르면 반기업 반시장의 정도가 심한 순서는 MBC>KBS>SBS였다. 앵커와 기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방송사 내부의 성향이 SBS는 중립적이고 MBC와 KBS는 반시장적이라는 분석도 흥미롭다. MBC와 KBS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노조의 목소리가 이런 보도 태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매체가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기업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면 정치 권력은 기업에 대한 규제를 늘리려고 한다. 규제가 많을수록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생산코스트가 올라간다. 기업들은 우호적인 환경을 찾아 해외로 탈출하게 된다. 노동운동 단체들은 기업에 불리한 여론을 배경으로 과격한 활동을 통해 무리한 요구를 정당화하려 든다. 기업하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뉴스를 MBC와 KBS에서 자주 보고 싶다. 기업인들이 예뻐서가 아니라 한국 경제를 위해서 말이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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