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프로의 실수

  • 입력 200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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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9단에게 물었다. “작심하고 수를 읽는다면 몇 수까지 내다보는지요?” 잠시 머뭇거리다 말하기를, “변수가 그다지 없는 곳에서는 기본적으로 50수에서 100수까지 읽습니다. 하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단 한 수도 보지 못할 때가 있지요.”

바둑이 방사성탄소연대측정처럼 천변만화(千變萬化)를 정확하게 계측할 수 있다면 재미없을 것이다. 단 한 수조차 분간하지 못하고 어이없는 실수도 하기에 오히려 매력적이다. 백 ○와 같이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저지른 프로의 심정은 ‘죽을 맛’이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아마추어 관객에게 ‘프로의 헛손질’은 즐거울 수도 있다.

백 32부터 흑 39까지, 우상귀는 이런 정도의 갈림. 백 40부터의 움직임은 ○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두고 싶다. 흑 47 때 백이 43 한 점을 때려내지 않고 48로 참은 것은 힘을 비축하기 위해서다. 백 54도 마찬가지. 급할수록 돌아가라지 않던가.

흑 55는 위 석 점을 버리겠다는 뜻이다. 참고도처럼 살려나가면 백 8까지 패를 피할 수 없다. 물론 못 둘 바 없으나 굳이 살리지 않아도 형세가 넉넉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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