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어촌 국제결혼 가정에 ‘열린 사회’ 돼야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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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결혼한 농어촌 남성 3명 중 1명꼴인 2885명이 외국인 신부를 맞았다. 전년도에 비해 59%나 급증한 규모다. 주로 베트남, 중국 출신들이다. 농림부는 이들 ‘여성 결혼이민자’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내년 전국 30개 시군에 ‘가정방문 한국어 교육 도우미’ 300명을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작년 보건복지부의 결혼이민자 조사에 따르면 언어폭력 경험자가 31%, 신체적 폭력을 당한 사람이 14%나 됐다. 불완전한 체류 신분, 언어소통 불편 등으로 고통 받는 이주 여성도 적지 않다. 현재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혼혈 아동은 8000명 정도인데 17.6%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미 다민족(多民族)사회로 접어들어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인데 이제야 농어촌 지역 이주 여성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겠다는 정책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더욱이 이주민 자녀들을 냉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프랑스의 무슬림 청년들처럼 실업과 차별 대우에 항의하는 폭동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결혼 이민 자녀들은 베트남어, 중국어 등 어머니의 모국어와 함께 한국어를 구사하기 쉬워 2개 국어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을 타고났다. 이들이 부모 나라의 문화를 다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키운다면 어른이 돼 아시아 공동체, 다문화 세계에서 훌륭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시각이 ‘소수자 보호’에서 ‘나머지 다수자의 변화’로 발전해야 한다.

4월 방한했던 미국 프로미식축구의 한국계 스타 하인스 워드는 혼혈 아동을 돕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고 한 달 만에 ‘하인스 워드 복지재단’ 설립을 공식 발표해 세상에 감동을 안겼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주민 사회통합 지원과 제도 확충은 물론이고 국민의식의 세계화에 힘써야 한다.

단일민족과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세계화시대에 자주만 외치는 것과 다름없는 시대착오적이고 퇴영적 쇄국주의다. 농어촌에서부터 불붙은 국제결혼을 ‘다민족 한국’ 발전의 발판으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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