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전기료, 솔로몬과 통하라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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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용 전기요금 낮춰 빈사상태 서비스업을 살려라! 그럼, 한전의 반발은 어떡하고? 자 그럼, 산업용 전기료를 올려 메워라! 그러면 또 환율-고유가에 시달리는 제조업은 어떡하고?… 우리, 솔로몬왕에게 초청장을 보내 볼까요?》

요즘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서비스업을 활성화할 묘수를 찾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해외여행과 유학이 크게 늘어나면서 서비스수지가 악화돼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내 서비스업을 빠르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는 겁니다. 최근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올해 정부의 일자리 창출 목표 ‘월 35만 명’을 공식 포기할 정도로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서비스업을 살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동화의 진척, 공장의 해외 이전 등으로 제조업체들은 예전처럼 사람을 많이 뽑지 않습니다. 서비스업 말고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곳이 없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다음 달 발표 예정인 정부의 ‘서비스업 개선방안’에는 과거 ‘특별대우’를 받던 제조업체와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였던 서비스업의 차별을 줄이는 방안이 많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일반용 전기요금’과 ‘산업용 전기요금’의 격차를 줄이는 것입니다.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는 호텔 골프장 오피스빌딩 등에서 사용되는 일반용, 제조업체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주택용, 가로등용, 농사용, 교육용 등 6가지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산업용 가로등용 농사용 교육용 전력은 생산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을 받는 반면 서비스업에 쓰이는 일반용 전력은 원가보다 20% 이상 높은 요금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서비스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반용 전기 요금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전기요금을 놔두고 일반용 전기료만 낮추면 국제유가 상승을 반영해 요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한국전력이 가만있지 않을 전망입니다. 공기업이지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할 수 없다는 것이죠.

또 일반용 전기요금을 낮춰 손해가 나는 만큼 산업용 등의 전기요금을 올려 벌충한다면 고(高)유가, 낮은 원-달러 환율(원화가치 강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체들이 반발하고 수출 경쟁력도 약화될 공산이 큽니다.

미래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성장 동력으로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는 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정부가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서비스업종의 전기료를 깎아 줄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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