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북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87회 전국체전 육상 남자 대학부 3000m 장애물 경기 도중 한 감독은 트랙을 도는 선수에게 “기록은 신경 쓰지 마. 순위만 신경 써”라고 외쳤다. 다른 시도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에게 기록은 제쳐놓고 “몇 등 했느냐”고만 묻는다.
전국체전은 각 종목 1위에서 6위까지 점수를 줘 종합 성적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개인경기는 금메달 60점, 은메달 40점, 동메달 20점. 단체경기는 금 120점, 은 60점, 동 40점이다. 그러다 보니 구기 같은 단체종목은 말할 것도 없고, 육상과 수영 등 기록 종목까지도 등위에 목을 맨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이용식(체육행정) 박사는 “이젠 전국체전을 왜 개최하는지를 분명히 할 때가 왔다”고 말한다.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것이라면 일정 기록에 미달하는 선수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기준기록 제도’를 도입하고, 기록을 경신하면 인센티브를 많이 줘 순위 경쟁을 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고 각 시도 선수들의 단순한 스포츠 제전이라면 일반인도 각 시도 지역예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국민 축제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박사는 후자를 선호한다. 그는 “종목별 경기력 향상은 종별선수권대회를 통해서 하면 된다. 전국체전은 각 시도의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즐거운 스포츠 축제로 발전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가 밝힌 전국체전의 취지는 ‘모든 국민에게 스포츠를 보급하고 스포츠 정신을 고취해 체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모든 국민의 스포츠 축제 같다. 그렇지만 전국체전이 시도의 명예만을 생각하는 엘리트 선수들의 경연장이라는 걸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올해 전시 종목인 풀코스 마라톤에 일반 마라톤 동호인들을 참가시킨 게 변화라면 변화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 전국체전을 바꿀 수 없다는 건 대한체육회가 더 잘 안다. 전국체전, 이젠 변해야 할 때다. 변화의 방향을 모른다면 고민이라도 시작해야 할 때다.
<김천에서>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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