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강의 기적’ 열매만 따먹는 정권은 ‘이제 그만’

  • 입력 2006년 10월 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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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탄생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을 키워 주고 있다. 동서냉전이 끝나고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15년 만에 유엔을 대표하는 최고 외교관이 한국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한국은 유엔이 아니었으면 공산화를 막을 수 없었던 힘없고 가난한 나라였다. 한강의 기적이 유엔 사무총장 탄생의 기적을 만들어 낸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불과 한 세기 전 외국인들은 실낱같은 불꽃이 가물거리던 대한제국을 ‘희망 없는 나라’로 단정했다. 결국 국권을 잃고 36년 동안 일제에 짓밟혔다. 일본의 패전으로 독립했지만 남북으로 갈라지고 북한 공산집단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켰다. 6·25전쟁을 지켜본 외국 종군기자가 “(차라리) 적에게 내주고 싶은 이런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느냐”고 한국을 비하할 정도였다. 미국의 원조물자 없이는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의 폐허에서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해 총생산 세계 11위의 민주국가가 됐다.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성취라고 자부해도 좋다. 이런 대한민국의 성공이 유엔 수장(首長)을 배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오늘의 국민과 정부는 선배세대, 역대 정부가 영글게 한 열매를 따먹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세계를 돌아보면 선진국 문턱에서 후퇴해 추락한 나라가 한둘이 아니다. 필리핀은 한때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았던 나라다. 우리가 서독으로 광원과 간호사를 보낸 1963년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한국 79달러, 필리핀 170달러, 태국 260달러였다. 작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한국 1만6307달러, 필리핀 1167달러, 태국 2659달러다. 필리핀은 세계 최대의 가정부 수출국이다. 북한은 아예 가난지옥(地獄)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마다 국가 위상이 높아진 데 따른 융숭한 대접에 흐뭇해했다. 올 3월 나이지리아 방문 때는 “우리의 경제 발전 경험을 공유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국민과 기업, 그리고 역대 정부가 땀 흘려 이룩한 성취를 마음껏 누리는 오늘의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현 정권의 핵심을 비롯한 일부 세력은 경제대국의 기반을 다진 대한민국사를 ‘잘못된 어두운 역사’로 매도하기에 바쁘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은 미래세대를 위해 씨를 뿌리지도, 꽃을 피우지도 못한다.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부채질하고 자유시장원리에 역행함으로써 국가 잠재력을 떨어뜨려 놓았다. ‘민주화 세력’입네 하며 그 보상(報償)도 분에 넘치게 받았으면서 민심을 거스르는 ‘반(反)민주적 코드 국정(國政)’을 고집하고 있다.

현 정부는 과거 30년 동안 연평균 8.6%의 고도경제성장을 이룩한 역대 정부를 비하하지만 자신들은 국내 잠재성장률과 세계 평균성장률 어디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을 4년 연속 기록하고 있다.

과거의 열매만 따먹고 미래를 위해 씨를 뿌리지 않는 집권세력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세계적 무한경쟁시대에 국민의 저력을 결집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여 국운(國運)의 재상승을 이끌 정부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런 정부를 창출해야 할 주체는 바로 우리 국민이다. 이번 추석에 가족 친지들이 둘러앉으면 ‘병(病)들지 않고 반듯하며 유능한 정부’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 함께 얘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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