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여객선을 타고 장승포항으로 들어서면 언덕에 ‘거제문화예술회관’이 보인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닮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실은 돛단배를 형상화한 건축물로 객석 1600석 규모다. 인구 19만 명의 작은 도시가 700억 원을 들여 2003년에 완공했다. 며칠 전엔 ‘조수미 리사이틀’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거제시 공보담당자의 말처럼 ‘이 지역의 1인당 연간소득이 2만5000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에’ 문화생활을 즐기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데까지 신경을 쓸 수 있게 됐을 것이다.
거제지역 기업 노조들은 노사협상을 할 때도 지역 분위기를 먼저 살핀다. 혹 파업으로 기업경영에 타격이라도 주면 노조원들을 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눈초리가 따갑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기업을 공동운명체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한 대우조선 임원은 “지난날 파업으로 지역경제가 함께 휘청거렸던 몇 차례의 경험이 기업에 대한 주민의 인식을 바꾼 것 같다”고 말한다.
최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노사분규 조짐이 나타나자 시민들이 나서서 적극 말렸다. 광주시민들은 올여름 기아차 사 주기 운동으로 이 회사 노조의 애사심보다 더 큰 ‘내 고장 기업사랑’을 보여 줬다. 민주노총이 개입한 포항건설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포항시민들은 불법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파업을 중단하도록 압박했다.
전국 곳곳에서 기업과 상생하려는 지역민들의 노력, 이에 대한 기업 노사의 호응이 어우러진다면 경제의 활력 회복도, 민생의 고통 완화도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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