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신일 씨, 교육부총리로 부적절하다

  • 입력 2006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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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김신일 교육부총리 내정자는 ‘교육부총리가 되기 위해 학자적 소신을 버렸다’는 주변의 눈총을 의식한 듯 “소신을 바꾸지 않았다”고 몇 번이나 강변했다. 하지만 실제 답변에선 현 정권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퍼 나르다시피 했다. 그의 ‘소신 버리기’를 눈으로 확인한 청문회였다.

서울대 교수 시절 그는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것에 누구보다 분개했다. 그는 “대학문제는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대학은 자율에 맡기는 게 최선의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평준화의 경직성을 풀기 위해서라도 사학의 자율성과 다양성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그가 이날 국회에선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에 대해 “내신의 실질반영률을 높이도록 하고, 논술과 심층면접이 본고사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서울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입시에 개입하겠다는 얘기다. 대학자율론을 펴던 학자가 대학규제론자로 돌변한 것이다. 사학법 재개정에 대해서는 이날 하루에만도 입장이 오락가락했다. “사학법 재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여당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국회가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며 ‘유보’ 쪽으로 물러섰다.

그의 놀라운 변신은 현 정부 들어 강화된 평준화 정책을 옹호하는 데서 정점에 이르렀다. 그는 “평준화는 양질의 균등한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띤 정책”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전까지 “평준화 체제에서 학력(學力)격차가 크게 나타나면 정부는 실패를 자인해야 한다”며 각을 세웠던 것과 딴판이다.

그는 3불(不)정책과 외국어고 모집지역 제한 같은 교육현안에 대해서도 정권과 관료들의 입장을 되뇌기에 바빴다. 국회 서면답변서 일부 내용이 김병준 전 부총리가 제출했던 것을 베낀 것부터가 그에게서 어떤 혁신 의지나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없음을 말해 준다.

김진표 전 부총리의 실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서울 강북에 특수목적고를 많이 세워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가 말을 바꿔 “외국어고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특목고를 공격했다. 그의 ‘정권 눈치보기’는 교육현장에 큰 상처를 남겼다.

김신일 내정자는 교육부총리로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정권이 주문하는 대로 따라하는 사람에게 새 바람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인선이라면 차라리 교육부총리를 임명하지 않는 편이 혈세를 덜 낭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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