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호크 애걸하며 ‘군사主權’ 외치나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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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고고도(高高度) 무인정찰기(UAV)인 글로벌 호크를 구입하기 위해 다시 미국에 매달리고 있다. 이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거듭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대당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이 무인정찰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이후 독자적 대북(對北) 정찰 능력을 높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장비이기 때문이다. 이 정권이 외쳐온 자주(自主)와 군사주권(主權)의 실상이 이렇다.

미국은 일본 호주 싱가포르에는 글로벌 호크 판매 의사를 밝혔지만 한국에는 지난해 ‘판매 불가’ 입장을 전해 왔다. 표면적 이유는 ‘기술 유출 우려’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호크를 통해 수집한 군사정보가 북한에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해서라고 지적한다. ‘혈맹’이라고 했던 한미동맹이 왜 이렇게 됐는지 참담하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태국 필리핀 같은 군사 협력 수준으로 격하하려 했었다”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전언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대북 군사 정보의 9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설사 글로벌 호크를 도입한다 해도 정보 공백을 일부 메울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정권은 군사주권이라는 명분 아래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한 한미연합방위체제의 해체에 목을 매고 있다. 이것이 자주라면 누구를 위한 자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비용은 또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핀란드 헬싱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도 단골 의제인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 구상’을 거듭 제시했다. 대미(對美) 의존에서 벗어나 ‘다자안보의 틀’로 안보와 평화를 지키자는 것이다. 듣기는 좋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안이다. 동북아처럼 역사적 상처가 채 치유되지 않은 안보환경 속에서 다자체제는 아직까지도 양자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우산’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국가마다 국제분업체제를 통해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 오늘의 추세다. 미국조차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 필요한 열(熱)추적 기술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지구상에 ‘완전한 자주국방’을 하는 나라는 없는 것이다. 미국이 글로벌 호크를 기꺼이 팔도록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자주’로 다가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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