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남 노린 8·31 대책 流彈맞은 지방건설사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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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년 전 내놓은 ‘8·31 부동산 종합대책’의 약발이 서울 강남이 아니라 지방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 중견 건설업체들이 초주검 상태에 빠졌다. 한 지방건설업협회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공사를 단 한 건도 못 딴 업체가 40%가량”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6월 말 현재 5만5000채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다. 2개월이 경과한 지금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폐업한 건설업체는 3500개로 작년 같은 기간(470개)의 7.4배다. “올가을을 못 넘기고 부도나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는 비명도 높다.

건설업체가 개점휴업으로 들어가면 건설현장의 일용직 근로자부터 생계의 직격탄을 맞는다. 건설업체 부도로 밥값을 떼여 눈물 흘리는 공사판 식당 아줌마도 있다. 부동산경기 위축으로 올 2분기 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졌다고 한다. 이것만으로도 일자리 1만8000개가 사라졌다.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건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건설업체 부도가 이어지면 레미콘 시멘트 합판 보일러 같은 관련 업체에 도미노 현상이 나타난다. 지방도시 곳곳에서 “집값 잡는다면서 서민경제 죽인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올 만하다.

8·31대책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지방 주택시장은 수요가 충분하지 못한데도 서울 강남 등 수도권을 겨냥한 수요억제형 규제가 그대로 적용됐다. 웬만한 광역시까지 투기과열 지구로 지정돼 주택대출 제한 등의 규제가 시행됐다. 이처럼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만 큰 대책을 만들어 놓고 공무원들은 훈장을 나눠 가졌다.

정부는 8·31대책이 흔들릴까 봐 지방경제 살리기를 외면하고 있지만 8·31대책은 수도권을 타깃으로 한 정책이었다. 이제라도 죽어 가는 지방건설시장을 되살리고 전체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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