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남준]‘미래 먹여 살릴 문화산업’ 전문인력 기르고 있나

  • 입력 2006년 9월 4일 04시 53분


코멘트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과의 산업 제조 기술 격차가 2015년에 1, 2년 내로 좁혀질 것이라며 주력산업의 기술경쟁력 확보와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 개발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현재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조선산업도 앞으로 5년 이내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가 거대한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의 덩치로 보아 아주 클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2004년 기준으로 800억 달러 정도이다. 캐릭터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1500억 달러 정도이고 애니메이션시장은 조선산업과 비슷한 750억 달러 규모이다. 조선산업에서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40%를 상회한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거의 두 배인 캐릭터산업의 점유율은 2.8%, 애니메이션시장은 겨우 0.4%에 불과하다.

정부는 문화콘텐츠산업 세계시장 점유율을 2010년에 5%로 올려서 세계 5위의 문화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하면 10년 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기간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문화콘텐츠산업은 성장잠재력이 높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며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의 대표적 후보 중 하나이다.

문화콘텐츠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인력이 핵심 요소이다.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수십만 t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대형 독(dock)과 골리앗 크레인 등 대규모의 시설 및 장비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콘텐츠산업은 뛰어난 기획 및 창작 인력만 있으면 우수한 콘텐츠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 2004년 현재 2조3000억 엔(약 20조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온 일본의 ‘포켓 몬스터’를 만들려면 수십만 평의 산업단지와 거창한 설비가 필요하지 않다. 소수의 창작 인력과 작업할 수 있는 조그마한 공간만 있으면 된다.

콘텐츠산업 인력 양성은 그동안 정부 유관 기관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기본 인프라는 갖췄다. 기초 인력은 과잉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콘텐츠진흥원이 조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고등학교 이상 총 474개교, 1124개 전공학과에서 매년 1만 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콘텐츠산업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 속도는 너무 빨라 3년 전 배운 지식은 디지털기술사에서 철기시대 정도, 5년 전은 청동기시대, 10년 전 지식은 아마 석기시대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장 경력 5∼10년차인 전문 인력의 재교육 프로그램이 시급한 실정이다.

나라의 경제 체제가 튼튼한가는 허리 부분인 중산층이 얼마나 두껍게 잘 형성되어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콘텐츠산업도 중간 영역의 전문 인력이 어떻게 역할을 해주는가에 미래가 달려 있다. 자동차 10만 대, 아니 휴대전화 100만 대 수출보다 부가가치가 더 높은 최정상급 킬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콘텐츠 인력 양성에서 허리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콘텐츠산업 인력 양성에서 우선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다.

강남준 서울대교수·언론정보학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