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특집]현장에서/서민들의 ‘금리 스트레스’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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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조건을 바꾸는 게 유리할까요?”(고객 A 씨)

“확답을 못 드리겠네요.”(은행 직원)

“연 5%대 특판 예금이 있다고 하던데요.”

“고객님은 가입 대상이 아닙니다.”

A 씨는 이달 중순 서울 명동에 있는 한 시중은행에 들러 대출과 예금 관련 상담을 한 뒤 허탈감에 빠졌다.

‘금리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금융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여윳돈이 부족한 사람이 재테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선 금리가 오른다고 고정금리로 대출 조건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따라 바뀌는 변동금리는 연 5%대. 고정금리는 이보다 1%포인트가량 높다. 앞으로 금리가 1%포인트 이상 오르지 않는다면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게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또 대출 조건을 바꾸려면 기존 대출을 해지해야 하는데 이때 중도상환수수료로 대출 원금의 0.5∼1.5%만큼을 물어야 한다. 대출 원금이 1억 원이라면 수수료로 50만∼150만 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고정금리로 신규 대출을 받을 때 부담하는 담보조사수수료와 인지대도 만만치 않다.

금리가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대출을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그걸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은행 창구 직원들이 대출 상담 때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 5%대의 금리를 주는 특판 예금도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최저 예금액이 1억 원 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에 이렇게 큰돈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르면 거액 자산가들이 서민들보다 많은 혜택을 본다”고 귀띔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부담이 늘지만 예금 이자도 많아져 득실이 비슷할 걸로 생각했는데….” 은행 문을 나서는 A 씨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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