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만우]‘코드’가 갉아먹는 청년일자리

  • 입력 2006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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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 하위직 공무원 채용시험 경쟁률이 800 대 1을 넘어섰다고 한다. 청년들은 취업지옥 속에서 헤매고 있는데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로 곪아 터진 코드인사 논란은 한여름 무더위보다 더 짜증을 돋운다.

국무총리의 부적절한 골프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골프금지령을 어기고 당당히 마이웨이 골프를 친 전직 대통령비서관이 사직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새로운 코드 연결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월급도 훨씬 많은 전기안전공사 감사로 등극해 코드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공업고등학교 출신이라 전기안전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해명은 회계감사가 주된 업무인 감사직 선임 사유로는 코미디 대사 수준이다. 코드계의 취임 축하 파티가 질펀하게 벌어지고 있는 동안 청년실업자와 그 가족들의 한숨과 분노는 점점 커지고 있다.

코드인사는 어느 정권에나 있었다는 청와대의 해명은 그야말로 동문서답이다. 해당 직무에 적합하다면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인사를 발탁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직무 적합성은 따지지 않고 코드 적합성만 따진 인사는 국민을 분노와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코드인사가 논란 속에서 취임하게 되면 자신의 약점을 덮기 위해 ‘퍼주기’형 경영을 하기 마련이다. 조직의 효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비용이 급속도로 증가하는데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된다.

현행 제도상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최고경영자나 감사의 선임을 위해서는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추천위원회가 구성돼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후보자를 추천하게 된다. 과거 정권의 경우 단수 또는 순위를 매긴 복수로 추천해 추천 서열에 따라 임명되는 것이 관례였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3배수 추천이 강제화됐고, 추천자 모두 부적합하다고 임명을 거부하는 사례가 반복되다가 결국은 코드인사로 귀착된다. 코드계가 전리품인 양 감투 나누기에 혼을 빼고 있는 사이에 청년들의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일자리 만들기의 주역은 기업이 돼야 한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기업인 사기진작책과 일자리 만들기의 빅딜은 올바른 제안이었다. 그러나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사전 조율 없이 추진하다가 괘씸죄에 걸려 방향키를 잃고 좌초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공정위는 출자총액제한 철폐 대신에 순환출자 금지를 검토하겠다는 어이없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야말로 기업의 뒷다리 잡기를 그만두라니까 그러면 대신 앞다리를 잡겠다는 격이다.

부채비율이나 출자총액제도 등 기업 재무구조에 대한 과잉 규제는 영업이익만 얻을 수 있으면 기업은 존속할 수 있다는 기본적 경영이론을 간과한 것이다.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부채비율이 높고 대주주 지분이 낮아서가 아니라 경쟁력을 잃어 영업이익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만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면 이자비용 증가로 일시적인 순손실을 기록하더라도 금융기관은 계속 자금을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불필요한 부채비율이나 출자총액 규제와 외국인 지분의 급증에 따른 경영권 위협 때문에 영업이익을 더 올릴 수 있는 우량기업도 투자를 포기하게 되고, 결국은 고용 축소에 따른 일자리 부족으로 실업이 심화된다. 일부 우량기업은 기존의 독점적 사업만 유지하여 높은 초과이익률을 기록하게 되고, 해당 기업 노동조합은 급여 인상에 덧붙여 고용세습까지 요구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우량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경제성장과 고용확대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규제와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권 위협으로 우량기업은 투자를 동결하고 잉여 현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는 소극적 축소경영으로 치닫고 있다.

우량 대기업의 자본구조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는 투자와 고용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민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양극화 해소 및 복지사회 정착의 근본적 해결 방안이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기업규제는 전면 철폐돼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 및 여당은 기업규제 해소와 관련하여 쓸데없는 엇박자를 낼 것이 아니라 ‘일자리 만들기’라는 목표를 향해 다걸기(올인)하는 일치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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