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박시룡]동물도 말하고 생각합니다

  • 입력 2006년 5월 27일 03시 07분


코멘트
최근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연구진이 청백돌고래들이 대화하면서 서로의 이름은 물론 제3의 돌고래 이름까지 부른다는 것을 밝혀내 화제가 됐다. 동물들의 의사소통은 인류의 오래된 호기심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도 동물의 특정한 소리에 대한 의미를 기록해 둔 것이 있다. 대화가 없다면 각 개체는 고립된 섬과 같아 생존하는 데 불리하다. 대화는 같은 종의 구성원들이 그들의 삶을 함께하고 협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경쟁관계에 있는 대상에게 위협을 가할 때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인류는 대부분의 동물이 어떤 식으로든 의사소통을 할 것이라고 추론해 왔다.

동물의 의사소통 방식은 몸짓이나 촉감(진동), 소리 등 여러 수단이 있다. 이 중 소리에 대한 연구는 1960년대 후반 소나그램이라는 음성분석기가 개발되면서 급속히 발전하였다. 녹음한 소리를 소나그램을 통해 종이에 옮길 수 있게 되자 동물들의 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청백돌고래의 대화 방식도 이 소나그램 덕분에 밝혀졌다.

이 소나그램 덕택에 인류는 많은 것을 밝혀냈다. 귀뚜라미나 매미, 개구리나 새, 포유동물 등이 내는 소리의 의미를 상당 부분 파악했다. 특정한 의미가 있는 소리를 녹음했다가 들려주면 해당 동물들이 특정한 반응을 보이도록 만들 수 있었다. 사람이 그 소리를 흉내 내면 초보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새는 소리로 하는 대화가 잘 발달됐다. 사람이 방언을 하듯이 각 지역의 고유한 노래까지 부른다. 경상도 사투리를 하는 수컷 새들은 경상도 출신 암컷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이 방언은 학습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돌고래의 대화에 대한 연구는 이미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초기 연구에서 돌고래는 개체마다 이름에 해당하는 고유한 휘파람 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어떤 방식으로 밝혀낼까. 돌고래를 한 마리씩 그물에 가둬 놓고 소리를 녹음한다. 개체마다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구분하기 위해서다. 돌고래의 성장 과정 중 이 소리를 녹음해 분석한다. 그 결과 이름 휘파람 소리는 적어도 10년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동물 소리의 특성을 연구하다 보면 해당 동물의 습성과도 관련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돌고래 소리는 암수 간에 차이가 있다는데, 암컷 새끼는 어미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휘파람 소리를 학습한다. 반면 수컷의 휘파람 소리는 어미의 것과 매우 닮았다. 이는 갓 태어난 새끼와 어미 돌고래, 할머니 돌고래가 오랫동안 집단을 이루는 것과 관련이 있다. 만약 어린 암컷과 그 어미, 할머니 그리고 다른 암컷들이 비슷한 휘파람 소리를 낸다면 혼란스러울 것이다. 마치 한집안 식구들이 같은 이름을 쓰는 것처럼. 하지만 수컷은 자란 후 그 집단을 떠나기 때문에 어미와 비슷한 소리를 내더라도 잘못 식별될 확률이 낮다.

동물 대화에 대한 지식 축적으로 재미있는 교육도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새소리를 분석해 주는 무료 소프트웨어가 많이 생겨 녹음기와 컴퓨터만 있으면 아이들에게 특정 소리에 반응하는 새들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연구가 진척되면서 더 많은 동물의 대화가 연구되고 있다. 연구비가 많이 들어가는 심해 동물이나 밀림 속 동물, 고래의 대화 연구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대화하는 동물들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오늘날 동물행동학 분야의 화두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없다. 다만 인간의 사고력과 언어의 긴밀한 관계를 볼 때 동물들도 어느 정도는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만은 없다.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동물행동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