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관 인선, 時流와 코드에 휩쓸리나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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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5명의 후임 인선에 대한 사법부 안팎의 관심이 높다. 법원공무원노조와 시민단체가 중심이 된 이른바 ‘대법관 후보자 범국민추천위원회’는 그제 18명의 예비후보를 선정해 발표했고 대한변호사협회는 ‘서열 파괴 임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번 대법원 개편은 노무현 정권이 ‘이용훈 사법부’의 색깔을 결정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대법원장 취임 후 지난해 11월 3명의 대법관이 교체됐고 이번에 또 5명이 바뀌면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 중 8명이 새 얼굴로 채워진다. 이들의 성향이 대법원의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줄곧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화’를 강조해 왔다. 실제로 그가 지난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 대법관 3명 가운데 2명은 소위 진보성향의 인물이다. 하지만 변협은 최근 ‘대한변협신문’을 통해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한다며 서열을 무너뜨린 파격 인선을 했지만 되레 부작용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내부에서조차 ‘시류(時流)에 영합하는 판결을 내려 특정 정치세력의 추천을 받는 것이 대법관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자조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사법부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사법부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다양화를 앞세운 ‘코드 인선’이다. 여권 일각과 시민단체에선 “이번에 판을 바꿔야 한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온다고 한다. 대법원에도 ‘정치적 동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행태다.

사법권 독립은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제청과 관련해 어떤 압박이나 주문이 있어도 “아니요”라고 말해야 한다. 정권의 뜻이 아니라 ‘국민의 이름으로’ 대법관 후보를 골라야 사법부도 지키고 국민도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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