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女행원의 주판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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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하나은행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15, 17일 인사설명회를 열었는데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4년 전 합병한 서울은행 출신 직원들에게 ‘창구직’으로 전환할 것을 설득하려던 자리였답니다.

하나은행은 직원을 창구직과 종합직으로 나눕니다. 창구직은 예금 출납과 상품 상담 등을, 종합직은 본점 업무와 기업대출 등을 담당합니다.

월급 차이가 꽤 납니다. 창구직 신입행원 초봉이 약 2600만 원인 데 비해 종합직은 약 3900만 원이니까요.

하나은행으로 입사한 직원들은 이미 창구직과 종합직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은행 출신들은 합병하면서 모두 종합직이 됐습니다.

은행 측은 설명회에서 “창구직은 종합직보다 승진이 빨라 5년 이상 먼저 지점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창구직은 한 가지 업무만 하기 때문에 승진이 어렵고 창구직과 종합직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종합직은 90% 이상이 남성이고 창구직은 98% 이상이 여성이기 때문이죠.

은행 측은 “선진국의 은행들도 대부분 창구직과 종합직을 분리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문득 미국의 ‘적극적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떠올랐습니다. 유색인종이나 여성 같은 사회적 약자가 취직이나 승진을 할 때 혜택을 주는 정책이죠.

이를 두고 일부에선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의 자리를 뺏는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에 찬성하는 미국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중요한 지위에 올리는 실수를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난 사회적 약자의 사회 진출을 도와 결국 사회를 더 발전시킬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그대로 두면 계속 약자로 머물게 됩니다.

하나은행 전체 행원의 절반은 여성입니다. 이들의 은행 내 지위 향상을 위해 능력별 대우가 아닌 적극적 우대정책을 써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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