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부도난 어음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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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는 작은 이익에 포만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 특히 마라톤처럼 긴 승부인 바둑에서 한 번의 이익은 언제든 부도날 수 있는 어음에 불과하다.

프로기사들은 이득을 보기 전까지 강타를 연발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이득을 보면 갑자기 타협을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리한 만큼 국면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것이지만 그 순간 상대의 반격으로 기존의 이득을 잃어버린다.

흑 ○에 백 42로 젖힐 수밖에 없다. 이때 목진석 9단은 흑 43의 이단젖힘을 준비하고 있었다. 흑 43은 보면 볼수록 탄력이 넘친다. 어느 쪽에서 건드려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백 44로 참고 1도 백 1로 느는 것은 흑 18까지 흑이 유리한 싸움이다. 백 50까지는 필연인데 우변 흑 돌이 아무 피해 없이 빠져나와 성공한 모습.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목 9단도 우변 흑 말이 무사해지자 갑자기 마음이 약해진 것일까. 흑 51로 후진 기어를 넣자 그동안 모아놓은 어음이 모두 부도처리 돼 버렸다. 목 9단은 근거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봤지만 참고 2도 흑 1로 중앙을 젖혀야 했다.

참고 2도 흑 1을 두면 백 4∼8로 넘는 수로 양쪽 백 말을 연결하며 흑만 공중에 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흑 9로 젖히는 것이 강수. 중앙 백 6점의 앞길도 순탄하지 않다.

백 52, 54가 ‘냉정 침착’한 지킴. 흑 55의 뒤늦은 젖힘엔 백 56으로 과감하게 절단한다.

결국 흑 59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백 60, 62가 호쾌하다. 흑 63은 때 이른 승부수. 튼튼한 백에 너무 가까이 간 느낌이지만 평범하게 둬선 승산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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