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수]남미 ‘자원 국유화’ 또 뒷북 대응

  • 입력 200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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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전인 3월 31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석유를 포함한 모든 천연자원의 국유화를 선언했다.

당장 불똥이 한국으로 튀었다. 한국석유공사가 갖고 있던 베네수엘라 오나도석유광구의 지분이 14.1%에서 5.64%로 줄었다. 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던 석유공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새 협정에 서명했다.

본보는 석유공사의 지분 감소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남미 좌파정권의 자원국유화 열풍에 볼리비아와 페루도 곧 가세할 전망이어서 ㈜동원과 SK㈜ 등 남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본보 4월 6일자 A2면 참조

예상대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5월 1일 천연가스와 석유 시설 국유화를 선언했다. 다음 날엔 “광물·임업 자원까지로 국유화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로 ㈜동원은 소유권을 갖고 금을 캐내던 볼리비아 산라몽 금광을 몰수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 회사가 100% 지분을 가진 팔마 석유광구의 매각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SK㈜와 석유공사가 유전개발 사업에 수억 달러를 쏟아 부은 최대 투자국 페루에서도 이달 말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좌파 성향인 오얀타 우말라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그는 일찌감치 대선공약으로 자원국유화를 선언한 인물이다.

산업자원부는 뒤늦게 3일에야 민관 합동대책반을 구성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4일에는 산자부, 외교통상부, 석유공사, SK㈜ 등이 참여한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산자부 고위 관계자는 “남미의 동향은 대사관을 통해 파악해 왔다”며 “대책회의를 오늘(4일) 했을 뿐 아예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정부는 더 일찍 움직였어야 했다. 남미는 한국 자원개발 투자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곳이다.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 상황을 점검하고 정부간 외교 채널도 가동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남들은 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로, 중동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뛰어다니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제 밥그릇도 못 챙기는’ 인상을 주니 안타깝기만 하다.

김상수 경제부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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