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코스닥

  • 입력 2006년 4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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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마’ 배용준 씨가 올봄 코스닥 부자로 떠올라 증시에 화제를 뿌렸다. 그는 전액 자본 잠식된 오토윈테크(키이스트로 개명)가 지난달 22일 증자할 때 90억 원을 투자해 37.5%의 지분을 확보했고 한 달 만에 700억 원대의 평가차익을 냈다. 주식을 팔지 않는 ‘보호예수’ 기간을 배 씨 자신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기 때문에 당장 차익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우회 상장’ 등의 논란 속에서도 키이스트 주가가 뛰자 분석가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스타가 대주주가 됐다고 주가가 오르나.” “사업성 평가도 나오지 않은 기업인데….” 이 회사 사장조차 “주가가 너무 올라 부담된다”고 했다. 오토윈테크는 매출 부진으로 상장 폐지될 위기였으나 결산 마감 전날과 당일인 작년 12월 30, 31일 28억 원의 매출로 살아남았다. 일각에선 이때의 매출이 회계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코스닥 926개사 가운데 12월 결산 831개사에 대해 신규 등록 기준을 적용하면 절반 가까운 402개는 등록 요건 미달이라고 한다. 하지만 매출 부진, 자본 잠식 등으로 코스닥에서 올해 퇴출된 기업은 4개뿐이다. 2004, 2005년에 해마다 40개씩 퇴출된 것보다 훨씬 적다. 실적이 개선돼서가 아니라 매출 ‘뻥튀기’에 편법 증자로 살아남았다니 문제다. 변칙은 시장에도, 투자자에게도 좋지 않다. 벤처기업을 위해 코스닥 문을 열어 놓으려면 투자 부적격 기업은 제때 퇴출시켜야 한다.

▷코스닥은 개미(개인투자자)의 밭이다. 개인 비중이 90%를 넘는다. 이들은 투자기업 내용을 잘 모른다. 여전히 ‘묻지 마 투자’가 대세이고 이러니 투기꾼들이 시장에 발붙이고 살아간다. 문제가 터진 뒤 개미들이 모여 소송 운운해 봤자 투자 원금을 돌려받기 어렵다. 게다가 코스닥 기업들도 대체로 기업설명회(IR)에 무관심하다. ‘담당자도, 예산도, 경험도 없다’고 둘러대기 일쑤다. 증권사가 우수 기업 분석보고서를 공개한다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개미가 돈지갑을 여는 곳이 이런 ‘정글’이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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