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이해완]전자출석 악용하는 비양심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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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디지털화에 주력하고 있다. 교내 어디서든 노트북 컴퓨터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또 강의실에 마련된 전자출석기에 학생증을 갖다 대면 출석이 이루어진다. 학생증을 휴대전화 안에 넣어 다닐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편리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과연 디지털화가 만능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 중 일부는 다른 사람에게 강의를 수강하도록 부탁해 학점을 딴다.

또 오프라인 강의에서 몇몇 학생은 학생증을 찍고는 바로 강의실을 나가기도 한다. 친구 학생증도 함께 가져와 대리 출석해 주는 경우도 있다. 교수님이 출석기를 일일이 감시할 수 없다는 시스템의 맹점을 노린 것이다. 심지어 강의 도중 출입문을 열고 손만 살며시 내밀어 문 옆에 있는 전자출석기에 학생증을 대곤 그냥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우연히 이를 본 교수님은 “요즘은 ‘손 대출’도 하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교수님은 “앞으로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예전의 호명 방식으로 출석 상황을 점검하겠다”며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학교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결국 일부 학생의 비양심적인 행위 때문에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캠퍼스에서만 일어나는 문제일까. 사회의 다른 곳에서는 비슷한 일이 없는가. 선진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려면 ‘최소한의 양심과 염치’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한 모양이다.

이해완 아주대 미디어학부 4년 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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