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홍해인]양심 파는 ‘보고서 표절’ 이제 그만

  • 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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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만발한 지금, 대학가는 중간고사 철이다. 중간고사를 시험으로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보고서로 대체하는 과목도 많다.

그런데 문제는 보고서의 표절이다. 인터넷에 각종 학술 및 지식 정보가 누적되면서 보고서 표절은 대학의 치부가 되고 있다. 최근 어떤 대학에서는 아예 ‘보고서 표절 방지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학생들의 표절을 막으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표절 문제는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고서를 구입해 그것을 그대로 제출하는 학생도 있다.

최근 필자는 발표 수업을 앞두고 발표 조원들과 함께 모였다. 각자 주제 관련 자료를 수집한 뒤 요약을 했다. 그런데 발표문 작성 과정에 이르러 문제가 발생했다. 조장은 “조원들에게 저명 학자의 글을 인용한 부분은 ‘각주’ 처리 하고, 참고문헌 목록도 제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일부 조원이 작성한 문서에는 각주가 없었고 저명 학자의 글이 학생의 주장처럼 포장돼 있었다. 심지어 참고자료 목록에 모 인터넷 지식검색 사이트 이름이 올라 있을 정도였다.

세계의 대학들은 학교 당국 차원에서 ‘보고서 표절에 관한 방침(plagiarism policy)’을 두고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있다고 한다. 학술저서 인용 시 직접 인용이 아닌 문장 형식 변화, 동일 의미의 다른 단어 사용 같은 ‘바꿔 쓰기(paraphrase)’에 대한 규정도 두고 있다.

‘글쓰기’는 1학년생들의 필수과목이다. 이 과목의 강의계획서에는 ‘자기소개서’ 같은 실용적 글쓰기, ‘영화 비평’ 같은 문학적 글쓰기와 함께 ‘논문 작성법’ 같은 학문적 글쓰기도 포함돼 있다. 인용하는 법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곤 한다. 그런 일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낯섦을 이기지 못한 학생들이 타인의 글을 따오면서도 인용처 기재에 소홀한 것이다.

대학가에서 실용과 흥미는 현실에 즉시 반영된다. 그렇지만 인용처를 밝히는 것 같은 학문의 기본 자세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홍해인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본보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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