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스 워드 母子 청와대 오찬…“모든 게 어머니 덕”

  • 입력 2006년 4월 5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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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은 4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한국계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스타 하인스 워드 및 그의 어머니와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에 앞서 노 대통령이 워드가 선물한 미식축구 공을 던져 보고 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은 4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한국계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스타 하인스 워드 및 그의 어머니와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에 앞서 노 대통령이 워드가 선물한 미식축구 공을 던져 보고 있다. 석동률 기자
《한국계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스타 하인스 워드가 어머니 김영희 씨와 함께 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내외와 오찬을 함께했다. 노 대통령은 낮 12시 접견실에서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함께 워드를 만난 뒤 등을 쓰다듬으면서 “되게 큰 줄 알았는데…”고 말하자 워드 선수는 “긴장됩니다(nervous)”라고 했다.》

워드는 방한 목적에 대해 “한국의 유산을 더 배우기 위해 왔다”며 “내가 한국에 있는 혼혈아동에 대해 어떤 영감을 줄 수 있고, 혼혈아동들의 난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키워 줄 수 있다면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타까운 것은 혼혈 자체가 그들의 결정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억울한 면이 있다”며 “(혼혈아동)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보람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노 대통령은 “과연 워드 선수가 ‘한국에서도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며 “워드 선수의 존재 자체가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었다. 한국에서도 (혼혈인들이) 훌륭하게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워드는 또 모든 공을 어머니에게 돌리며 애틋한 애정을 표시했다.

“어머니는 항상 내가 다치지 않도록 많은 기도를 했고 나는 많은 축복을 받았다. 어머니는 내가 더 나은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어머니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험담을 듣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더 조심했고, 더 노력했다. 그 결과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말하는 것을 받아 적으면 그대로 교과서”라며 “한국에서 효도가 최고의 덕목이다. 나중에 은퇴하면 내가 그때 대통령은 아니겠지만 ‘효자상’을 드려야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본관 백악실로 옮겨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오찬의 메뉴는 꽃등심구이 등 한식이었다. 노 대통령은 워드의 젓가락질을 보고 “젓가락을 잘 쓴다”고 했고, 워드는 “어머니는 미국 음식을 먼저 만들고 한식을 준비했지만 나는 항상 한식이 먹음직스러웠다. 지금은 팀원들이 ‘언제 또 갈비 먹여 줄 거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이런 것은 혼혈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워드는 “어릴 적 한국 문화에 대해 수치심을 느낀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지금 정말 후회되는 것은 한국어를 배우지 않은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워드는 또 “공부가 운동보다 더 어렵지만 어려운 것을 더 즐긴다. 어려운 것이 더 흥미 있기 때문”이라며 “나는 운동을 하지만 건물임대업 등 부동산과 관련된 내용을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워드에게 전통 도예기법으로 겉에 무궁화가 양각된 다기(茶器)세트와 접시를 선물했다. 이에 워드는 미식축구공과 슈퍼볼 챔피언 기념모자, 자신의 등번호인 86번이 쓰인 유니폼 상의를 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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