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운영 방식이 총리 따라 달라지나

  • 입력 2006년 3월 2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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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국무총리 후보자는 ‘책임형 총리’가 될 것이라고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말했다. 그는 “한 후보자도 이해찬 전 총리처럼 ‘분권형 총리, 책임형 총리’가 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분권형은 과반수 여당이 총리를 추천해, 그 총리가 당과 내각을 책임지는 것으로 책임형과는 다르다”고 답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이 전 총리 시절 청와대는 “대통령은 장기 과제에 주력하고 총리는 일상적인 업무를 맡는 ‘분권형 체제’가 정착됐다”며 이를 노무현 정부만이 성공시킨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모델’인 양 포장해 왔다. 그러다가 이제 와서 ‘분권형’이 아닌 ‘책임형’이라니, 혼란스럽다. ‘한 총리 후보자로는 분권형 국정운영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올 만하다.

국정운영 방식이 총리 한 사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것은 국정의 안정적 효율적 운영에 도움이 안 된다. ‘분권형 실세 총리’가 물러났으니 총리실을 줄이고 청와대를 키우면 다 되는가. 그렇지 않다. 정책 결정과 관리·통제의 축(軸)이 옮겨 가는 것이므로 이로 인한 정책의 일관성 훼손과 추진력 상실, 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 조정 비용의 증가가 우려된다.

비근한 예가 ‘책임장관제’다. 전체 부처를 외교·안보, 경제, 사회 관련 부처로 3분화하고, 각 부총리가 책임지도록 했지만 여당의 두 실력자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당(黨) 복귀 이후 유명무실해졌다.

인적 자원 문제도 그렇다. 이 전 총리 아래서 380여 명이던 총리실 인원은 2년 만에 590여 명으로 늘어났다. 직속 위원회도 18개가 늘어 49개에 이른다. 이 전 총리가 실세 총리가 아니었더라도 이처럼 방만한 운영이 가능했겠는가.

중소기업도 이런 식으로 꾸려 가지는 않는다. 누가 총리가 되든 헌법과 법의 틀 안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드’와 정략적 고려에 따라 누구는 ‘분권형’으로, 누구는 ‘책임형’ 또는 ‘안정형’으로 불리지 않도록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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