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원재]日지자체의 ‘퇴직자 모시기’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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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접한 일본의 시골 지방자치단체인 시마네(島根) 현 지사는 최근 도쿄(東京) 등 대도시에 살면서 정년퇴직을 앞둔 이 지역 출신 2만여 명에게 ‘U턴’을 권유하는 편지를 보냈다. “당신을 따뜻하게 맞을 준비가 돼 있다. 여생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고향에서 보내 달라….”

단카이(團塊·덩어리라는 뜻) 세대의 정년퇴직이 2007년부터 본격화되는 점에 착안한 조치다. 단카이 세대는 1947∼49년에 태어난 전후 베이비붐 세대. 현 관계자는 “인구 감소를 막을 해결책으로 출향(出鄕) 인사들의 애향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아오모리(靑森) 현은 50대 후반∼60대 초반의 대도시 거주 부부에게 5박 6일간 전원생활을 체험하게 하는 관광프로그램을 7월 중 실시할 계획이다. 정년퇴직자 유치를 위해 대도시에 이주상담 창구를 개설하거나 창업 보조금을 주는 지자체도 등장했다.

700만 명에 이르는 단카이 세대는 1970, 80년대 기업 현장에서 젊음을 바치며 일본의 고도경제 성장을 이끈 주역들이다. 지자체들이 이들의 유치에 나선 것은 ‘현금 부자’라는 점 외에 돈 주고도 사기 힘든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 본사가 있는 아이치(愛知) 현은 공장이 많아 젊은 층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정년퇴직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베테랑 기술자들의 퇴직으로 생산기술의 세대 간 전승이 끊어질 것을 걱정하는 지역 내 기업들에 소개해 주기 위해서다.

도요타자동차는 일찌감치 숙련 기술자들을 정년 후 재고용하는 제도를 도입해 품질의 수준을 유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제일의 장수대국인 일본이 보여 주고 있는 ‘퇴직자 모시기’는 인구 감소라는 비슷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는 한국의 지자체에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가 한국에도 적용되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세대교체라는 구호 아래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와 50대 초반을 뒷전으로 밀어내는 사회적 분위기다.

홋카이도(北海道)의 노후생활 체험관광에 참가한 한 정년퇴직자는 “나이의 가치를 알아주는 게 고마워 여기서 제2의 인생을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런 얘기를 경청할 준비가 돼 있는가?

박원재 도쿄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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