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일하]아프리카 빈곤해결 기금 만들자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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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이집트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정부는 이번 방문으로 한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이 확대되고 대(對)아프리카 외교 및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1994년 중앙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내전이 일어나 400만 명의 난민이 콩고민주공화국에 집단 수용되면서 이질과 콜레라로 50여만 명이 떼죽음을 당한 일이 있었다. 필자는 당시 현장에서 긴급구호활동을 펼치면서 아프리카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그래서 그런지 노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을 누구보다 반기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이 방문한 3개국은 아프리카에서는 부자 나라로 통한다. 그래서 이번 방문에서 한국은 뭔가 얻어 올 것이 있는 나라와만 거래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프리카에는 6억5000만 명이 53개 나라에 살고 있다. 사하라사막 남쪽의 대다수 국가는 독립했다고 하지만 유럽인들이 300여 년 동안 식민 지배를 하면서 주민들을 노예로 잡아가고 자원을 고갈시킨 땅이다. 한 명이 하루 1000원 미만으로 사는 세계 최빈국 48개국 가운데 32개국이 아프리카에 있다.

유엔은 2000년에 새천년 개발목표를 세우면서 15년 후에는 세계 극빈층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호소했다.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보면 다른 대륙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나 아프리카에서는 오히려 극빈층이 증가했다.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의 저개발은 독재와 부패 탓이 크지만, 그렇다고 그것만 탓하며 아프리카인들의 절대 빈곤 문제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계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2일 정부는 총리와 각 부처 장관, 그리고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가졌다. 3년 임기의 위원에 위촉된 필자는 그날 회의에서 정부의 대외 원조 정책에 대해 함께 논의하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틀을 다져 가는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

다만 정부만 적극성을 띤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제는 우리 국민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한국은 세계 11번째의 경제대국이고 1인당 국민소득도 2만 달러를 바라보는 나라다. 일제의 침탈과 동족 간 전쟁으로 초토화됐던 우리나라가 연간 6억4000만 달러를 외국에 원조하는 선진국 클럽 멤버가 된 것이다. 자부심과 함께 세계를 향한 책임감도 가져야 할 때다.

1995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세계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아프리카 대통령 10여 명을 한자리에 초청해 민간단체(NGO)를 통해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후에 정부가 국내외 NGO 등을 통해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 생각만 하면 항상 아프리카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기금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때마침 프랑스에서는 자국을 드나드는 비행기 탑승자에게 아프리카 지원 기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한다. 70여 개국이 여기에 찬성했다고 하며 우리 정부도 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도 빨리 참여해야 한다. 한국을 오가는 여행자가 한 해 1600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1인당 1달러를 거두면 1600만 달러이고 10달러를 모으면 1억6000만 달러다.

다만 이 같은 일을 정부가 주도하기보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 법인을 만들고 특별법을 제정해 감독하고 지원하는 것이 좋다. 수많은 우리 젊은이가 아프리카 현지에 달려가 한국인의 사랑을 담아 봉사하게 해야 한다.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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