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반도에 미묘한 정세변화가 있다”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코멘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어제 한 조찬 모임에서 “지금 한반도에 미묘한 정세 변화가 있다”면서 “미국은 여러가지 생각을 갖고 북한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가) 우리에게는 도전적 요인도 되고 기회의 요인도 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기자들에겐 “조만간 비보도(非報道)를 전제로 간담회를 갖자”며 피해 갔다.

그가 말한 ‘미묘한 변화’에 대해선 몇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북의 위폐 문제 처리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6자회담 회의론(懷疑論)도 힘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위폐 혐의에 대한 금융제재가 효과를 거두면서, 핵문제도 6자회담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의 체제변화(regime change)까지 시야에 넣고 있는 듯하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심화되는 상황도 ‘변화’의 중요한 요소다. 중국은 북을 ‘예속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엔 북을 동북 3성과 묶어 개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을 ‘동북 제4성’으로 만들려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중국도 6자회담에 연연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었음을 뜻한다. 최근 중국을 다녀온 천영우 6자회담 수석대표도 “중국은 6자회담의 재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북의 대중(對中) 예속화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을 완충지역으로 삼으려는 미국의 한반도 전략과 충돌한다. 미국이 대북 강경자세를 취하면서도 북과의 관계개선 여지는 남겨 두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가 부닥치게 될 ‘미묘한 변화’는 이런 기류와 움직임들이 교직(交織)됨으로써 한층 다층적인 형태를 띨 것이다. 더욱이 미 정가 안팎에선 “노무현 정권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는 분위기까지 있다고 한다.

‘미묘한 변화’를 사전에 감지해 한반도 문제가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진행돼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주’의 환상을 버리고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원칙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