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제]송도국제도시 vs 쑤저우공업원구

  • 입력 2006년 3월 1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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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공업원구(工業園區)는 싱가포르 자본과 결합해 10여 년 만에 중국 제1의 외자유치 성공지역으로 떠올랐다.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똑같이 1994년에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1차 개발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7, 8배에 이른다.

‘친상부상(親商富商·기업 친화적이고 기업을 부유하게 함)’ 정책을 펼쳐 쑤저우공업원구에서 2년 이상 가동한 기업은 대부분 흑자를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천지역 각계 인사 250명과 함께 쑤저우를 찾았을 때 외자 유치 실무 총책임자가 새로 단장한 대형 브리핑 룸에서 외자 유치 실적과 인센티브에 대해 설명했다.

“쑤저우공업원구는 특별하지 않은 것도 특별하게 처리하고, 특별한 것은 더욱 특별하게 처리합니다. 외자 1호 기업인 삼성전자를 칙사로 대접하는 등 한국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는 한껏 자신감을 내보이면서도 한국 손님을 치켜세우는 여유를 보였다.

쑤저우공업원구에서는 항공수입화물을 통관시키는 데 5시간, 워킹데이(기업 설립 수속에 필요한 기일)도 3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스피드’가 특혜다.

쑤저우는 수로와 운하가 발달돼 ‘동양의 베네치아’로 불린다. 예로부터 “하늘에 천당이 있고, 땅에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上有天堂 下有蘇杭· 상유천당 하유소항)”는 소리를 들었는데 요즘은 ‘투자자들의 천당’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2성급 호텔 비용만 내면 5성급 호텔과 같은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당신들은 어디서 그런 재원을 마련합니까.”

한국 방문객이 이렇게 묻자 외자 유치 실무 총책임자는 “공업용 토지는 조성 비용의 3분의 1 가격인 m²당 15달러에 공급한다”며 “시장 가격으로 거래되는 주택과 상업용지의 이익금으로 비용을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부동산 투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최근 국제학교 착공식이 열렸다. 127억 달러 투자 계획도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 물류와 국제비즈니스 중심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이 발효됐지만 외자기업 유치 실적은 저조하다. 대신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 등 투자금 회수가 빠른 사업부터 시작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인천항은 민자 유치를 통해 부두를 건설할 송도 신항만 규모를 놓고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간부는 “쑤저우공업원구를 모델로 인천경제청을 특별지방자치단체로 만드는 논의가 시작됐다”며 “중앙과 지방의 불협화음으로 피곤한 일이 많다”고 전했다.

쑤저우뿐만이 아니다. 중국 곳곳에서는 요즘 뉴욕 맨해튼을 방불케 하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첨단 산업단지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가 연이어 열리기 때문에 개발 열기는 더 달아오를 것이다. 황해 건너 중국은 세계 자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데 우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박희제 사회부 차장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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