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엔司 ‘다국적軍’ 전환, 韓美 신뢰가 문제다

동아일보 입력 2006-03-10 03:11수정 2009-10-0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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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7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유엔군사령부를 ‘다국적군’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6·25전쟁 참전 16개국이 작전계획 수립과 훈련에 적극 참여하는 진정한 ‘다국적 연합군’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중대 발언이다. 그 의미를 정확히 읽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벨 사령관은 “비무장지대에 (동해선, 경의선 등) 2개의 수송로가 뚫려 (관할 책임을 맡고 있는 유엔사를 보강할) 긴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오늘의 유엔사는 16개 참전국 중 참모위원(대표)을 파견하는 국가가 7개국에 그칠 정도로 위상과 활동이 유명무실해져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9·19베이징성명에서 명문화됐듯이 정전(停戰)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려는 한국 정부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평화체제로의 전환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경우 유엔사는 존립 근거가 사라지므로 미국으로선 유엔사를 ‘다국적 연합군 기구’로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과 ‘전략적 유연성’ 확보도 가능하다.

이런 방안은 ‘지속 가능한 한미동맹’을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다. 북의 반발로 남북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중국 눈치도 봐야 하겠지만 결국은 선택의 문제다.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면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미 간에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서로 믿지 못하거나, 자주(自主)와 ‘민족끼리’에 취해 북의 이간질에 휘둘리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벨 사령관의 발언에 대해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그가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 같다”면서 “한국에 돌아오면 (자세한 내용을) 물어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사전에 교감이나 양해가 없었다는 뜻인데, 이런 식이 돼선 곤란하다. 긴밀한 공조만이 동맹의 연착륙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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