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덕]‘신용이 곧 자산’ 어릴 때부터 심어 줘야

  • 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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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신용위기의 험난한 파도를 겪으면서 국민 개개인은 신용 관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인식하게 됐다. 금융회사들은 개인의 신용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회사의 생존을 좌우하는 경쟁력임을 인식하게 됐다.

이런 노력 덕분에 국민 개개인의 신용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수준은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아일보와 한국개인신용(KCB)이 실시한 ‘금융 행태 및 신용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90%가 카드대금, 이자 등 내야 할 돈을 밀리지 않고 내는 편이라고 대답하고 응답자의 3분의 2가 금융회사들이 개인의 신용정보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 있다. 실제로 경제 활동을 영위할 때 신용이 꼭 필요한 취약 계층일수록 고학력 고소득 계층에 비해 신용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고 신용관리에도 소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 신용관리 부문에 커다란 양극화(크레디트 디바이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조사 결과를 좀 더 살펴보자. 금융회사 간 개인 신용정보 공유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는 고학력 계층(대학 재학 이상)이 66.5%인 반면, 저학력 계층(중졸 이하)은 38.7%로 큰 격차를 보였다. 금융회사의 개인 신용정보 공유가 본인의 신용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도 저소득 계층(월 소득 200만 원 이하·22.2%)과 고소득 계층(400만 원 이상·48.8%) 간에 격차가 컸다.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도 신용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개인 신용관리의 양극화 현상을 경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득 양극화, 고용의 양극화 등 경제 전반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개인의 신용관리에 있어서도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계층 간 신용관리 양극화가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저소득 저학력 계층에 대해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즉 개인의 신용관리가 개인의 소득을 늘리는 데도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시켜야 한다.

이러한 범사회적인 교육 활동에는 금융회사 소비자단체 정부기관 개인신용회사(크레디트 뷰로) 등 모든 이해 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체계적인 연계가 있어야 한다. 미국이 세계 제일의 개인신용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신용 교육 덕분이다. ‘신용이 자산이다’라는 인식을 어릴 때부터 심어 주고 전미신용카운슬링협회 등 민간 신용기구들이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신용 교육과 상담을 펼친 것이 밑거름이 됐다.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가능한 한 포괄적인 개인의 신용정보를 공유하고, 신용도가 좋은 고객에게는 좋은 조건으로 대출해 주는 관행을 정착시켜 취약 계층을 포함한 전 국민이 신용이 곧 자산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됐다.

앞으로 국내 금융회사들도 개인의 신용도를 포괄적으로 평가해 대출 조건에 반영하는 관행을 정착시켜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앞으로는 ‘신용 부자’가 진짜 부자인 진정한 신용사회가 될 것이다.

김용덕 한국개인신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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