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지 공시지가 3년간 62% 상승…“세금늘려 땅값 잡겠다?”

  • 입력 2006년 3월 1일 03시 08분


표준지 공시지가는 현 정부 들어 실제 땅값 상승률보다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관련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를 실제 땅값에 가깝게 조정함으로써 부동산 보유자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고 이를 통해 땅값과 집값 불안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국토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며 잇달아 추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각종 개발사업도 공시지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땅값 상승률은 다음 해 공시지가 조정 때 반영된다. 현 정부 출범 전해인 2002년의 전국 땅값 상승률은 8.98%였고 다음 해 공시지가 상승률은 이의 1.72배인 15.47%였다.

하지만 현 정부 첫해인 2003년에는 땅값이 3.43% 오르는 데 그쳤지만 다음 해 공시지가는 5.64배인 19.34%나 뛰었다.

또 2004년과 2005년의 땅값 상승률도 각각 3.86%, 4.98%였지만 2005년과 올해 공시지가 상승률은 15.09%, 17.81%였다. 땅값 상승률의 3.91배와 3.58배에 이른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2월 공시지가를 발표하면서 시세 대비 공시지가의 비율인 ‘현실화율’이 90.9% 수준으로 시세에 바싹 접근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28일 올해 공시지가를 발표하는 자료에서는 현실화율 부분을 뺐다. 올해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17.81% 상승해 산술적으로는 현실화율이 100%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건교부 측은 “지난해 발표한 현실화율은 현장조사에 나선 감정평가사들의 자의적 판단을 수치화했던 것”이라며 “올해부터 실거래가 신고제 실시로 실제 거래된 가격을 기초로 제대로 된 현실화율을 발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단기간에 공시지가가 너무 빨리 오르면서 세금 부담이 급증한 납세자들의 ‘조세저항’도 예상된다. 토지 거래가 잘 안 되는 비인기 지역에서는 높아진 공시지가가 토지 거래 가격의 ‘하한선’으로 작용해 오히려 땅값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국대 조주현(曺周鉉) 부동산대학원장은 “공시지가 조정 결정에 세금 부과 등 정책적 기능이 지나치게 개입하면 공시지가의 기본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분당 대지 133평 보유세 749만원 → 1652만원▼

공시지가가 오르면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대지 133평(440m²)에 대한 재산세는 지난해 437만 원에서 올해 656만 원으로 오른다.

종합부동산세는 작년 312만 원에서 올해 996만 원으로 오른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보유세가 지난해 749만 원에서 올해 1652만 원으로 오르는 셈이다.

본보가 세무법인 코리아베스트 주용철(朱勇哲) 세무사의 도움을 얻어 분석한 결과 공시지가가 오르면서 재산세와 종부세가 상한선까지 늘어날 땅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의 경우 재산세는 전년 대비 1.5배, 종부세는 3배까지만 올릴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시지가가 많이 오른 일부 지역에서는 보유세가 최고 3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세금이 오르는 대상은 일반 토지와 상가 부속 토지, 나대지(비사업용 토지) 등이다. 아파트 등 주택은 4월 말에 발표하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보유세 크게 늘어난다

대구 북구 침산동 준주거지역 대지 214평(709m²)은 지난해 공시지가가 5억5333만 원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었다. 재산세만 113만 원을 내면 됐다.

하지만 올해 공시지가가 6억299만 원으로 오른 데다 종부세 부과 대상까지 돼 재산세 140만 원과 종부세 128만 원을 합해 보유세 268만 원을 내야 한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새로 종부세 대상이 돼 보유세가 크게 늘어나는 땅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지인 소유의 농지 임야 등 나대지는 가구별로 합산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올해부터 3억 원을 초과하면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다. 작년까지는 개인별로 보유한 땅의 공시지가 합계액이 6억 원을 초과하면 종부세가 부과됐다.

종부세 과세표준(과표·세금을 부과하는 기준 금액)도 지난해 공시지가의 50%에서 올해 70%로 뛴다.

재산세도 전반적으로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시지가가 높아진 데다 재산세 과표가 지난해 공시지가의 50%에서 올해 55%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금 부담을 줄이려면 6월 1일 이전에 땅을 팔고 반대로 땅을 사려면 6월 1일 이후에 거래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개별 토지에 대한 세금 부과 기준인 개별 공시지가가 조정되는 6월 1일 현재 토지를 소유한 사람에게 그해 재산세와 종부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상속·증여세 부담도 증가

상속세와 증여세는 과표에 따라 1억 원 이하는 10%, 1억 원 초과∼5억 원 이하는 20%, 5억 원 초과∼10억 원 이하는 30%, 10억 원 초과는 40%의 세금이 부과된다.

공시지가 상승에 따라 기본적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며 특히 과표 구간이 바뀌면 누진세율에 따라 부담이 더 커진다.

지난해 과표가 4억5000만 원이었던 토지는 20%의 세율을 적용받았지만 올해 5억 원을 넘는다면 30%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양도소득세는 토지투기지역이 아닌 곳의 사업용 토지면 더 늘어난다.

비사업용 토지와 토지투기지역에서는 이미 실거래가로 양도세가 과세되고 있어 공시지가 변동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올해 공시지가 상승폭이 큰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용인시, 평택시, 충남 연기군, 공주시, 천안시는 모두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이번 공시지가 발표로 양도세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취득세와 등록세도 올해부터 실거래가로 과세되고 있어 공시지가 변동에 따른 영향은 없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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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공시지가 크게 올라▼

올해 눈에 띄는 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국책사업 지역의 공시지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행정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은 2월 초 발표된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50.45%로 전국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번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도 60.93%로 전국의 시군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연기군과 함께 일부 지역이 행정도시에 편입되는 공주시도 40.01%나 올라 전국 평균 상승률(17.81%)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충남 천안시(27.55%), 아산시(27.53%), 예산군(23.88%) 등도 행정도시 후광(後光) 효과로 땅값이 크게 올랐다.

기업도시 시범사업 지역 가운데는 충남 태안군(22.54%)과 전북 무주군(21.38%)이 많이 올랐고 혁신도시 중에서는 충북 음성군(22.52%)과 강원 원주시(15.31%)의 상승률이 높았다.

이에 따라 기업·혁신도시의 보상비도 크게 늘 전망이다. 부동산컨설팅회사인 RE멤버스 고종완(高鐘完) 대표는 “기업·혁신도시 대부분이 사업 초기 단계라 하반기 이후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땅값이 더 오르고 공시지가도 이를 반영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개발계획 승인을 받는 시점이 토지보상 기준일이 되는 만큼 공시지가가 더 오르면서 보상비도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서울 충무로1가 파스쿠찌 건물 평당 1억6859만원 최고▼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커피전문점 파스쿠찌 건물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나타났다.

공시지가가 평당 1억6859만 원(m²당 5100만 원)으로 지난해(1억3884만 원)보다 3000만 원 정도 올랐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인근 밀리오레 북쪽에 있으며 지난해 6월까지는 이 자리에 스타벅스 명동점이 있었다.

이곳은 1990년 공시지가 제도가 도입된 뒤 15년간 1위 자리를 지켰던 명동 2가 우리은행 명동지점을 2년째 앞질렀다. 우리은행 명동지점 공시지가는 충무로2가의 하이해리엇 쇼핑과 함께 평당 1억6033만 원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싼 곳은 경남 산청군 삼장면 내원리 산 42 등 임야로 평당 264원이었다. 파스쿠찌 건물과 비교하면 63만분의 1이다.

서울에서는 도봉구 도봉동 산36 임야가 1만3884원으로 가장 낮았다.

땅값이 가장 비싼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506 선경아파트로 공시지가가 평당 2578만 원이었다. 2003년 이후 최고 자리를 지켰던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을 제쳤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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